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김승현이 노마크 찬스에서 3점슛 에어볼을 날렸다. 삼성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 장면이었다. 김승현 효과도, 클라크 효과도 없다. 그 사이 팀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이 맨 아래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30시즌동안 단 한 번도 최하위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는 프로농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1경기만을 치른 프로 원년(97시즌)에만 꼴찌를 기록했을 뿐 지난 시즌까지 9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12일 현재 프로농구 순위 맨 아래에는 서울 삼성이 자리하고 있다. 4승 21패를 기록하며 9위 오리온스(5승 19패)와의 승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렇다 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교체 승부수를 띄워도, 김승현을 영입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 11월 11일에도, 12월 12일에도 승수는 여전히 '4'
잠시 순위표를 한 달 전으로 돌려보자. 11월 11일 순위표와 12월 12일 순위표에는 같은 점이 몇가지 있다. 원주 동부와 안양 KGC 인삼공사는 당시 여세를 몰아 현재도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때와 같은 또 하나. 삼성의 승수다. 패수가 13개 늘어나는 사이 승수는 그대로 '4'다.
삼성은 11월 11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피터 존 라모스와 이시준의 활약을 앞세워 73-61로 승리했다. 시즌 첫 연승이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당시 연승은 4보 후퇴를 위한 1보 전진이었다.
어찌보면 주전 포인트가드인 이정석이 개막 직후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정석의 부상을 13연패의 이유로 본다면 핑계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의 모습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기 때문이다.
▲ 라모스 퇴출-김승현 영입도 막지 못한 삼성의 추락
삼성은 이후 두 차례 승부수를 걸었다. 첫 번째는 라모스 퇴출이었다. 삼성은 시즌 전 야심차게 영입한 라모스를 퇴출시키고 아이라 클라크를 영입했다.
클라크만을 본다면 외국인 선수 교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클라크는 10경기에서 경기당 22.3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37살임에도 체력적으로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선수들이 클라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이 삼성의 연패는 나날이 늘어갔다.
두 번째 승부수는 김승현 영입이었다. 이정석의 부상 이후 삼성의 최대 약점은 포인트가드로 지적됐다. 때문에 김승현이 시장에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삼성의 러브콜은 적극적이었다. 결국 삼성은 우여곡절 끝에 LG를 제치고 김승현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김승현이 당장 예전 그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분위기 반전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변한 것은 없었다. 김승현은 때때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김승현은 삼성을 바꾸지 못했고 '김승현 효과'에 의한 다른 선수들의 각성도 없었다.
삼성은 11일 KGC전에서 한 달만의 승리를 노렸지만 결과는 63-91 대패였다. 김승현은 3쿼터 중반 노마크 상황에서 3점슛을 시도했지만 에어볼을 던졌다. 이승준은 턴오버 9개를 남발했다. 삼성의 현실이었다.
야심차게 던진 두 차례 승부수가 무위로 돌아가는 사이 연패 숫자는 '3'에서 '13'으로 바뀌었다. 추락하는 삼성에 날개는 없었다.
[사진=연패 확정 뒤 고개 숙이는 삼성 선수들(첫 번째 사진), 삼성이 야심차게 영입한 김승현(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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