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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이청아는 청아했다. 맑고 순수했으며, 티 없는 어린 아이 같았다.
"배우는 착해야 돼요. 사람을 이해할 줄 알아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배우가 착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왜 안돼요? 착한 배우가 제 지론이에요"
이청아가'착한 배우 지론'에 대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 재미있길래 과연 스스로를 착한 배우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저요? 착해요! 착해서 얼마나 손해를 많이 보는걸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연기와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에 대해 쉼 없이 웃고 떠들던 이청아는 사실 배우가 꿈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기 전, 학창시절의 그녀는 작가를 동경하는 여학생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학과로 가기는 제 수능 점수가 모자랐어요. 진로를 바꿔야 하는지 고민할 때, 한양대 연극영화과가 극작, 연출, 촬영, 연기 모두 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지만막상 처음 대학에 갔을 때는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이청아의'방황'은 그 무렵 시작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청아를 괴롭혔다.
"이제는 배우가 너무 좋으니까 솔직히 얘기할 수 있어요. 사실 '그 때'는 항상 배우를 관두려고 했어요"
이청아가 말한 '그 때'란 우리가 그녀를 알게 된 시점,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 이후의 시간들을 의미했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 조한선 두 남자의 마음을 빼앗아 숱한 여성팬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정작 이청아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민했다. "나는 왜 배우를 관두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지?"
이청아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볼 줄 몰랐다. 이청아란 배우가 어떤 색깔로 채워져 있는지, 사람들이 대체 이청아의 어떤 향기에 끌리는지 정작 자신만 알지 못했다. 늘 내려놓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런 결심도 못한 채 방황하던 배우 이청아. 그녀는 황정민이란 배우를 만나며 마음을 바꿨다. 배우가 되기로. 진짜 미친듯한 배우가 되기로.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때 같이 출연했는데,황정민 오빠만 보이는 거 있죠. '저 사람, 어떻게 저런 미친 연기를 할 수 있지?' 경악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저런 연기 하고 싶다'라고"
"한 번은 정민 오빠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슬픈 이야기를 전해 듣는 장면을 찍는데, 갑자기 정민 오빠 귀가 빨개지더라고요. 실제 상황도 아닌데, 진심으로 속상해 하는 게 느껴졌어요. '황정민이란 배우는 귀까지 빨갛게 만들 수 있는 배우인가?' 그 순간, 처음으로 배우로서 누군가의 재능이 부러웠고, 정말 질투가 났어요. 나도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어요"
이청아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발걸음을 진짜 배우를 향해 내디뎠다. 그리고 그녀는 황정민이 보여준 연기, 또자신에게 열어 준 마음을 잊지 않았다.
"정민 오빠가 현장에서 제게 마음을 많이 열어줬어요. 사람 만나는 걸 무서워하던 저였거든요. 정민 오빠를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마음을 열지 못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없구나 하는 걸요"
의외로 우울한 구석이 있었다는 이청아. 그녀는 마음을 열면서 자신 안에 채워진 색깔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이청아는 작품을 통해 안에 담긴 빛을 마음껏 뿜어내는 중이다. 이청아는 꾸밈 없는 빛을 한 아름 안고 있었다.
[배우 이청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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