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톱스타 장동건은 자타가 인정하는 흥행 배우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1100만 신화를 비롯해 ‘워리어스 웨이’로는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위업을, 또 300억이 투입된 강제규 감독의 대작 ‘마이웨이’를 통해 변치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런 장동건은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혹평을 내렸다. 그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대작에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오해다.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런 것 때문에 콤플렉스도 있다”고 고백했다.
장동건은 “그런 콤플렉스를 채우기 위해 작품을 고르다 보니 나를 극한까지 몰아가는 영화를 골라왔고, 그 결과 대작 위주로 작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동건은 ‘마이웨이’를 위해 3개월의 일본어 교습에 2주간의 군사훈련, 그리고 지옥 같은 9개월의 촬영이라는 고통을 감내하고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하는 장동건과 나눈 일문일답.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강제규 감독과 재회다 부담은 없었나?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강제규 감독 연출이 아닐 때였다. ‘태극기 휘날리며’ 찍고 전쟁영화는 안하겠다고 했던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 더 실제 같은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다시 해야 하다니' 하는 생각 때문에 결정을 못했었다.
▲’태극기’의 진태와 ‘마이웨이’ 준식의 차이점은?
처음에는 종대(김인권 분)와 준식이 합쳐진 인물이었다. 타츠오(오다기리 죠 분)와 닮아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라톤 이라는 부분이 들어가서 변경이 됐다. 상황에 따른 변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준식’이 있어야만 전달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일본어 대사가 많은데 언어 부분은 어땠나?
일본어 연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좀 달랐다. 지금은 일본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 시대를 살았다면 일본어를 했을 것. 그렇기에 준비를 오래했고 발음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2~3개월 동안 대사 연습을 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대사를 한다고 해도 연기 하면서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던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오다기리 죠와의 호흡은 어땠나?
첫 만남이 영화 준비 하면서 2주 정도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 때 처음 만났는데 사실 선입견이 많았다. 폐쇄적이고 못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당시에 훈련받고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다 보니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극중 준식은 결점이 없는 캐릭터인데 배우 장동건과 닮아있다.
사람 심리가 그런게 첫 만남에서 ‘잘 생기셨어요’, ‘착하세요’라는 얘기를 하면 실망을 시킬 수가 없다. 그런 성향도 있지만 미화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감사하긴 하지만 부담될 때도 있다.
▲’태극기’보다 나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태극기’ 보다 분명히 시각적, 영화적으로 업그레이드 됐을 거라 생각했다. 같은 전쟁 소재에 같은 배우, 감독이 하는 것 만으로 자연스럽게 관객이 떠올릴 것이고 고민도 많이 했다. 애초에 준식 캐릭터도 진태와는 다르게 가져가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의 스케일은 배우 입장에는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 때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똑 같다. 나머지는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지 내가 반응해야 하는 것은 똑 같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 영화 설정 자체에 대한 생각은?
영화의 방향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운 소재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일본군의 악행은 일본인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리 영화에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다. 단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김인권과 연기한 호흡은?
(김)인권이 있어서 현장이 재미 있었다. 현장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폭파장면의 경우 세팅만 한 시간이 걸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가 있었기에 토론을 많이 했다. 영화를 가지고 토론을 많이 했다.
달리는 장면 중 제일 힘들었던게 몽고에서 전투기에 쫓기는 신이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뛰는 것 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벌판이다 보니 속도감이 없고 촬영지인 새만금 바닥이 질퍽거리고 해서 3~4일을 하루 종일 뛰었다. 다리에 쥐도 나고 실신직전까지 갔었다.
▲준비 기간에 힘들었던 것은?
일본어가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같은 시간에 만나서 반복을 해야 하고 발음 교정을 받는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라톤 수업을 받았는데, 잠실 트랙에서 많이 뛰었다. 달리기가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 것 같다. 한참 훈련을 할 때면 밤에 촬영 끝나고 매일 같이 뛰었다.
▲대작 위주에 출연을 많이 한다. 이유가 있나?
아니다 이제는 쉽게 가고 싶다. (웃음) 사실 나는 콤플렉스가 있다. ‘연기를 잘 하고 싶다’, ‘왜 경력에 비해 연기를 못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 꽤 된다. 그런 지점에서 공교롭게 힘든 영화들을 했다. ‘워리어스 웨이’도 솔직히 내 의지 보다는 내가 제의가 들어오는 작품 중 하나의 길일 뿐이다. 우연히 가다가 내 앞에 그런 길이 있던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길이 있으니 가 보자’ 하는 심정으로 했다. 이제 곧 20년이 되는데 기간에 비해서 작품수가 적지 않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그 영화를 통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앞으로 할 것이다.
▲비싼 배우라는 이미지?
잘못된 것이다. 대작이 배우입장에도 위험 부담이 크다. 규모 큰 영화를 하고 나면 개인적으로 결핍감 같은게 든다. 돌이켜 보면 ‘로스트 메모리즈’ 다음 ‘해안선’을 했는데 그건 찾아다닌 영화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 찾아가서 먼저 제의한 것이다. 대작은 태생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봐야하는 영화기에 보편적인 부분을 선택해서 따라가야 하는 것, 그러다 보면 반대급부에 대한 욕심이 든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은 감정 선택의 폭이 넓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식을 놓고 나니 안정감에 대한 생각은 없나?
배우로 도전과 가정을 버리고 하는 도전이 아니기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면이 충돌하는 지점이 올 것도 같다. 그건 그 때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갖고 나서 불편함은 예전에 혼자 살 때는 해외에 나가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생각이 안드는데 지금은 몇 일만 나가있어도 눈 앞에 아기가 아른 거린다.
▲민준은 어떻게 생겼나? 대중에 공개할 생각은?
그럴 생각은 없다.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에 조심스럽다. 신기한게 아이를 낳고 나서 다른 아이들도 다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아이를 놓고는 우리 아이가 특별히 예쁜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 똑같더라.(웃음)
▲’장동건이 죽으면 흥행한다’고 하는데?
이명세 감독님이 그 얘기를 처음 하셨는데 맞았으면 좋겠다.
▲판빙빙이 강제규 감독과 멜로를 한다면?
강 감독님이 잘 찍을 수 있을까?(웃음) 사실 판빙빙을 처음 현장에 올 때까지 누군지도 몰랐다. 가십도 많고 해서 현장에서 까탈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니 모든 스태프가 다 그를 좋아했다. 특히 연기를 잘해서 깜짝 놀랐다. 판빙빙의 본질적인 부분이 다른 부분 ??문에 가려져 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됐다.
▲장쯔이, 장백지, 판빙빙까지 중국 미녀 배우를 다 만나서 연기를 했는데?
맞다. 특히 같은 여배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게 장백지씨가 처음이다. 예전에 영화 하면서는 여배우 나오는 영화를 하지 않았다. 왜 이제 와서 여배우 복이 많아진 것인지…(웃음)
▲오다기리 죠는 어떤 사람인가?
농담과 장난을 진지하게 많이 하는 배우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고. 알고 나면 재미있는 사람이다. 무대 인사 하면서도 판빙빙씨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하면 오다기리 죠는 중국어로 ‘니하오’라고 한다. 그런 센스가 있는 친구다.
▲싸인 논란에 대해서는 어땠나?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긴 하지만 악의가 있던게 아닌 것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일본에서 흥행 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런 면에서는 일본 관객이 한국 관객보다 유연한 것 같다. ‘로스트 메모리즈’도 일본에서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감독님의 의도인 좀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양국 관계 문제는?
정치와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은 다르리라 생각한다. 정치는 싸우고 있더라도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풀어가야 할 것이라 본다.
▲’마이웨이’가 흥행할 것 같나?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좋은 컨텐츠는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한다고 본다.
▲신경 쓰이는 작품은 있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과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 ‘퍼펙트 게임’ 모두 신경쓰인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 내가 유일하게 극장에서 보는 영화다(웃음). 하지만 이런 와중에 우리 작품이 선두로 치고 나온다면 쾌감이 클 것 같다.
▲아내(고소영)의 응원은?
집안 일 때문에 걱정 안 할 수 있다는게 제일 크다. (고소영이) 모든 걸 혼자서 하기에 고맙다. 또 해외에서 촬영할 경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 놓으면 미리 해 놓는다. 실제로 음식을 잘한다. 주변에서 ‘주문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직접 만든다. 아! 그런데 그동안 내가 집에 잘 없어서 그런데 앞으로 집에 있어봐야 알 것 같다.(웃음)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나?
막연히 생각만 한다. 민준을 위해 한 명이 더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고소영을 보고 싶진 않나?
배우의 경우 어떤 것들이 마음에 쌓여서 표현을 할 때 작품에 나타난다. 아내 또한 작품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소영과 동반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음… 좋은 작품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둘이 눈을 마주보고 연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눈에 띄는 후배를 꼽으라면 있나?
좋은 후배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기에 같은 소속사 후배인 현빈을 꼽겠다. 욕심이 큰 친구지만 그런 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전역을 하고 나면 영화 쪽으로 많은 활동을 할 것 같다.
▲배우 말고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은 없나?
아직은 배우 외에는 없다. 하지만 추후에 내가 배우를 할 수 없을 때 만들어 질 수 없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연출자나 제작자를 하고 싶은 생각은 한다.
▲데뷔 20년을 앞두고 있는데 배우로 삶은 만족스럽나?
외적으로 봤을 때는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내적으로는 부족함 뿐이다. 목표는 분명히 있지만 구체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일까 싶다.
[사진 = 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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