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반전은 없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1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12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71-88로 완패했다. 김승현 영입 문제로 인해 감정이 좋을리 없는 양 팀이기에 많은 흥미를 일으켰지만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14연패 수렁에 빠졌다. 11월 11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승리한 이후 한 달 넘게 승수 추가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인천 전자랜드, 서울 SK 등이 갖고 있던 13연패를 뛰어 넘어(?) 프로농구 역대 최다 연패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역대 1위에 비하면 아직까지 삼성은 새발의 피다. 삼성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18번 연속 패해야 한다. 98-99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가 주인공이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 전희철, 김병철 공백에 콜버트가 카운터 펀치
97-98시즌 5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4강까지 진출했던 동양이지만 98-99시즌은 이미 어느 정도 순위 하락을 감안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97-98시즌 종료 후 팀내 주축이었던 전희철과 김병철, 김광운이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이들 3인방은 97-98시즌 경기당 43.8점(전희철 18.2점, 김병철 17.4점, 김광운 8.2점)을 합작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비중이 어느 종목보다 높은 프로농구이기에 용병 농사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다행히 동양이 영입한 그렉 콜버트는 시즌 초반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콜버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과의 불화로 인해 야반도주하며 한국을 떠났다. 팀 이탈 전까지 콜버트의 성적은 경기당 26.3점 11.6리바운드 4어시스트였다.
전희철, 김병철 공백에 예상치 못했던 콜버트에게 카운터 펀치까지 맞자 동양은 끝없이 추락했다. 동양은 이후 새 외국인 선수로 존 다지와 자바리 마일즈 등으로 상대팀과 맞섰지만 늘어나는 것은 패배뿐이었다. 결국 동양은 1999년 2월 28일 광주 나산(현 부산 KT)에게 승리하기 전까지 32연패를 기록했다. 32연패는 NBA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1981~1982시즌부터 두 시즌간 기록한 24연패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그럼에도 이 연패탈출 마저도 완벽히 자신들의 실력만으로 해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당시 나산 감독이었던 황유하 감독이 지난해 농구전문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적당히 하라'고 했다"고 말했기 때문.
32연패라는 대기록(?)이 탄생하는 사이 소소한 불명예도 함께 얻었다. 동양은 1998년 12월 8일 광주 나산과의 경기에서 59-84로 패했다. 프로농구 첫 50점대 득점을 기록한 팀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프로농구에서 많은 득점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90, 100점대 경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이날 경기는 콜버트를 대신해 마일스가 데뷔전을 치른 경기이기도 하다.
동양이 자신을 뛰어넘는데는 얼마 필요하지 않았다. 1999년 1월 안양 SBS(현 KGC)와의 경기에서 55점을 올린 것. 이 기록은 2005~2006시즌 안양 KT&G가 54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경기 최소득점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결국 그 시즌 동양은 3승 42패로 승률 .067를 기록, 프로스포츠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승률을 남겼다.
이러한 과정 끝에 현재 연패 2위인 삼성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당시 동양은 연패 속에서도 국내선수는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 다지와 마일스마저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동양의 98-99시즌 경기 모습. 콜버트 대체 선수 자바리 마일스가 SK 숀 재미슨에게 슛을 허용하고 있다. 왼쪽에는 상무 이훈재 감독과 정락영,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서장훈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제공=KBL]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