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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올해 시청자들은 두 박완규를 봤다. MBC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 이태권 등에 가혹한 독설을 날리는 박완규,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어른들에 깍듯한 예의바른 박완규다. 18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속 박완규는 ‘위대한 탄생’의 그것보다 더 독했다. 그 솔직한 화법 때문에 더 재밌었고 기대도 높아졌다.
“쓸어버리겠다”는 말로 ‘나가수’에 입성한 박완규는 이날 자신만의 음악철학의 잣대를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여러 가수들에 들이댔다. 소파에 드러누운 듯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관한 박완규는 김경호에게 “원곡 락비트가 재해석을 통해 발전됐다”면서도 ‘안 췄으면 하는 춤을 꼭 추는 형’이라 평가했고, 거미의 ‘날 떠나지마’를 듣고는 “베스트 선곡은 아니었다고 본다. 거미 정도 가창력이 있으면 액션을 안 해도 된다”고 평했다. 심지어 ‘나가수’에 대해서는 “정말 싫어했던 프로그램”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박완규의 공격적인 발언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거부감을 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반대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시청률과 ‘지겨워졌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던 ‘나가수’에게는 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 동안 ‘나가수’는 너무 착했다. 최고의 가수들만 모인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이제껏 출연한 가수들은 상대 가수들에 대한 평을 최대한 아꼈다. 가끔 “너무 긴장한 것 같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가수들이 몇몇 있었을 뿐, 박완규처럼 직설적인 평을 남긴 가수는 없었다. ‘호랑이’ 임재범도, ‘대모’ 인순이도 그랬다.
매니저로 등장하는 개그맨들 역시 가수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보다는 개그맨답게 매니저들끼리의 티격태격만 해댔다. 또 자유롭고 솔직한 대담보다는 칭찬과 감탄만 연속됐다. 자극 없는 ‘착한 예능’의 지속은, 결국 흥미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나가수’ 시청률을 보면 평균적으로 ‘2차경연’이 제일 높고, 다음이 ‘1차경연’, ‘중간평가’ 순이다. 특히 ‘중간평가’에는 1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탈락이 없다’는 구성적 한계도 있겠다. 하지만 예능적 요소가 발휘되는 ‘중간평가’가 분명 다른 방송과의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곧 ‘나가수’가 재미의 부족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포맷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결국 전체적인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 ‘건방짐’을 가미한 솔직한 ‘마초’ 박완규의 등장이 ‘나가수’의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완규가 좋아하는 ‘록의 자유로움’처럼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거침없는 음악적 토론과 비판이 가수들 사이에서 발생할지 말이다. 그 속에서 다른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재미가 생긴다면, ‘나가수’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박완규가 이러한 태도를 일관한다면, 또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반발로 인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나가수’의 발전의 기회로 봤으면 한다. 또 억지 논란을 만드는 일부 언론 매체의 보도 행태도 자제가 필요하다.
‘나가수’는 단순 예능을 뛰어넘어 잊힌 가수들과 노래의 재평가 및 재조명 기능을 하며 대중가요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대중가요의 순기능을 하고 있지만 지겨워진 ‘나가수’. 새로운 예능 요소가 더해진다면 박완규의 투입은 여타 가수들과 다른 ‘굿 초이스’가 될 것이다.
[박완규. 사진 = 마이데일리 DB, MBC 방송 캡처]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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