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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신인 배우는 프로필을 꽃을 곳도 없어요. 가수들이 다 하려고 하니 이거 원…”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요즘 한국 방송가 뿐만 아니라 영화계 캐스팅 소식을 보면 이 같은 관계자들의 푸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KBS 2TV ‘드림하이’야 가수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당연히 노래와 춤이 필요한 작품이라 차치하더라도 ‘시티헌터’에 카라 멤버 구하라가, ‘나도 꽃’에는 비스트 이기광 등이,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와 ‘기생령’에는 티아라 멤버 은정과 효민이 ‘카운트다운’에는 미쓰에이의 민이 연기돌로 겸업을 선언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기자로 겸업을 선언한 뒤 주 조연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물론 일부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연예 기획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관계 없는 많은 작품들 또한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 연예 기획사의 경우 춤과 노래, 연기까지 모두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며 “인지도는 물론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화제성과 함께 배역 소화까지 가능해서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이 성행하자 일부 배우 중심 매니지먼트사에서는 ‘빈익빈 부익부’라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화제성을 우선시 해 가수들을 지속적으로 기용한다면, 연기자들의 신규 진입을 막는다는 주장이다.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신인 배우의 경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일단 아이돌 가수로 데뷔시켜 놓고 연기자 변신을 선언하는 회사도 나올 정도다”며 “K팝 열풍으로 아이돌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파장이 배우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니 씁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겸업은 업계에서도 악영향이 벌써 나오고 있다. 연기자와 가수를 겸업하면서 제대로 연기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
올해 한 아이돌 가수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홍보에 일절 참여하지 못했다. 그가 소속된 그룹이 새 앨범으로 컴백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배우’만을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는 제작자도 있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유명세로 가수를 작품에 출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기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 많은 이들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일침을 놓았다.
올해 수 많은 가수들이 연기돌로 겸업을 선언하면서 영화계에서는 신인상을 ‘써니’의 강소라와 ‘고지전’의 이제훈이 휩쓸었다. 두 배우의 연기가 출중했다지만, 마땅한 경쟁자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오랜 트레이닝을 통해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력을 갖춘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돌을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작품의 화제만을 위해 필요치 않은 연기돌을 캐스팅한다는 것은 연기자의 길을 위해 지금도 고민을 하면서 오디션 지원을 하는 수 많은 신인 연기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진 = 대표적인 연기돌 티아라 은정, 미쓰에이 수지, 카라 구하라]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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