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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 미타의 대히트를 통해 본 일본인이 바라는 히어로
지난 12월21일 방영된 니혼테레비 수요드라마 '가정부 미타'의 마지막회 시청률이 40%를 기록했다. 이 시청률 40%는 드라마 마지막회 시청률 역대 3위의 기록이다. 평균시청률도 24.8%를 기록해 올 최고의 히트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남편의 불륜으로 4명의 아이를 남겨두고 어머니가 자살한 막장 가정에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철인 가정부가 찾아와 가정의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는 조금 황당한 이야기. 한국의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 중에는 이 드라마를 2~3회 정도 보다가 재미 없어서 참지 못하고 계속 보기를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째서 일본에서는 이렇게까지 대히트하게 된 것일까?
이 드라마의 히트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은 각본가인 유카와 가즈히코(遊川和彦)라고 할 수 있다. 유카와는 수많은 히트 드라마를 만들어낸 각본가인데, 그 중에서도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GTO’와 ‘여왕의 교실’은 ‘가정부 미타’와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초인적인 히어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가정부 미타’는 콩가루 가정의 사정을 현실감 없는 전개로 풀어가는 막장 드라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미타 아카리’라는 초인이 등장하는 히어로물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것은 유카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GTO는 물론 원작 만화가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내용이 원작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유카와의 창작으로 봐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메리칸 히어로들은 대부분 폭력에 의해 악을 제압한다. 악을 제압하는 능력도 선천적인 초능력 혹은 출신성분(슈퍼맨), 막대한 금권력(배트맨, 아이언맨) 같은 다분히 현실 세계에서도 승패를 가르는 요소들이다.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난 자가 더 강한 권력을 손에 넣고,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면 당연히 재벌이 되는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에 근거한 영웅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서 일본인이 바라는 히어로상은 소년만화를 보면 아주 잘 드러난다. 그런 히어로상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우메자와 하루토(梅澤春人)의 대표작 ‘BØY(국내명: 할렐루야 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지 국내에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초인적인 싸움 능력을 지니고 세계정복을 꿈꾸는 무적의 주인공이 학생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황당하게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그저 웃음을 주는 코믹 만화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일본의 히어로상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일본인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고, 수백kg의 중장비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그런 히어로를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그런 히어로가 있다면 어차피 세계 평화를 지키는데 바빠서 나에게 별 도움을 줄 일은 없을 것이다. ‘GTO’도 ‘여왕의 교실’도 ‘가정부 미타’도, 각본가는 다르지만 비슷한 네러티브를 지닌 ‘파격의 품격’도 어디까지나 내가 현실 속에서 소속되어 있을 법한 작은 사회 속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실존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그의 도움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히어로가 해주는 일은 매우 단순하다. 내가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룰에 대신 반항해주고, 내 입으로는 말하기 힘든 혼네(본심)를 대신 말해주고, 나는 쉽게 해낼 수 없는 위험한 일을 대신 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주고, 무언가를 요구하면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해결해주어야 한다. ‘누군가 이런 것 좀 해주었으며~’이라는 작은 바람에 즉각적으로 답을 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일본인이 바라는 히어로인 것 같다. 하지만 그 히어로 역시 완벽한 존재여서는 안 되는, 나와 똑 같은 인간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꽉 막힌 일본 사회의 스트레스, 무엇이든지 느리게만 처리 되는 행정, 하고 싶은 말을 쉽게 드러내서 이야기 안 하다 보니까 자기 스스로도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몰라서 생기는 불안이 만들어낸 히어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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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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