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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사실 2011 KBS 연예대상의 마지막 장면은 특별한 긴장감 없이 진행됐다. 아이유가 대상 시상자로 등장한 것을 봤을 때나 '아이유가 연예대상 시상자? 대세이긴 대세인가 보네'란 생각 정도가 들 뿐이었다. 왜냐하면 KBS가 애당초 발표한 대상 후보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김병만, 이승기 중 많은 사람들이 김병만의 수상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장감이 없었다. 강호동이 빠진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의 활약이 미미했다기 보다는 김병만이 지난 2007년부터 '개그콘서트' 코너 '달인'에 쏟아 부은 땀과 눈물은 '달인'이 종영된 올해에는 보상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김인규 KBS 사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올해는 개인이 아니라 팀입니다. 이승기, 은지원, 엄태웅, 김종민, 이수근의 '1박2일' 팀입니다" 영화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에 맞먹는 충격이었다.
아마 그 순간 대부분 시청자들도 '뭐라고? '1박2일' 팀이라고?'란 생각이 들었을 듯 하다. 화면에 잡힌 대상 수상자 '1박2일' 멤버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이 대상을 받는 게 진짜 맞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후보에도 없던 이들에게 상을 줬으니, 예상을 못했던 것은 당연하고, 연말을 맞아 KBS가 제대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구나 싶었다. 이토록 치밀한 반전은 드라마가 부진했던 KBS가 SBS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영감을 얻었던 것일까?
이제 연말 시상식의 '논란'은 너무 자주 반복되니까 지겨울 정도다. 방송국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이라 하면 예능, 드라마 등의 부분에서 제일 뛰어났던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가장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거나, 눈물을 쏙 빼놓았거나, 기가 막힐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거나 하는 인물이 받는다는 것은 '기준'이고, 이는 초등학생도 알만한 상식이다.
시상식이 아무리 방송국에서 개최하는 집안잔치 성격이라지만 '반전 결말'을 자꾸 집어넣는 것을 보니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시상식 결과에 방송국과 연예인 사이의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며 결국은 상을 기대했던 이들은 상처 받고, 시청자는 화가 나고, 시상식의 권위는 스스로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다.
2011년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첫 주자였던 KBS 연예대상은 파격적인 반전 결말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상식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과연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연말 시상식들 중 또 다시 브루스 윌리스도 까무러칠 만한 반전 결말이 나올까? 하지만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부디 반전 결말은 평소 드라마에서나 써먹길 부탁한다. 시청자가 연말 시상식 때 원하는 건 반전이 아니라 모두의 예상과 일치하는 뻔한 결말이다.
[2011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1박2일' 팀-2010 MBC 연기대상 수상자 한효주와 김남주-2010 SBS 연기대상 수상자 고현정. 사진 = 마이데일리DB-MBC-S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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