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수많은 '유망주'들이 프로에서 사라진다. 때로는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구단의 직원이 되어 그라운드를 밟는다. 넥센의 투수 노병오(28)도 얼마 전 같은 선택을 했다.
노병오는 최근 2군 육성 매니저가 될 것을 자청했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지만 올시즌이 끝날 때 이미 결심을 굳혔다.
청주기공고를 졸업하고 2002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노병오가 삼성과 현대, 넥센에서 10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통산 52경기 4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0.
"프로에서 10년 정도 야구를 했는데 선수로서는 성공을 못했죠. 실력이 조금씩 발전을 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야 되는데 발전이 없다고 계속 느껴졌어요. 계속 한다고 해서 잘 될 것이란 느낌도 들지 않았죠"
노병오의 지인들은 결정을 만류했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르지 않느냐, 지금까지 해 온 야구가 아깝지 않느냐 등등. 실제로 노병오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도 아직까지 현역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에도 노병오는 '어쨌든 야구와 관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배운 것으로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굳혔다.
고교시절 '흙 속의 진주'로 불리며 삼성의 적극적인 구애로 프로에 입단했던 노병오는 말 그대로 '유망주'였다. 이에 대해 "유망주 소리야 듣는 선수들 많지 않아요?"라던 노병오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며 아쉬웠던 순간들을 곱씹어 보았다.
프로무대 첫 해에는 괜찮은 가능성을 보였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뇌리에 스치는' 활약을 했다. 특히 데뷔 첫 해 8월 29일 대구 LG전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프로데뷔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도 쏠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사람들의 관심이 독이 됐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과하게 작용했고 결국 이것은 팔꿈치 부상으로 연결됐다. 이후 2004년에는 FA 박종호의 보상선수로 현대 유니콘스로 팀을 옮기게 됐다.
당시를 떠올린 노병오는 "그 시점에 몸 관리를 못 한 것이 아쉽죠. 야구 실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1년 넘게 제대로 못 던진 것이 가장 아쉽지 않나 싶어요. 몸 관리를 잘 했으면…"
이후 현대로 둥지를 튼 뒤 2007년 경찰청에 입대한 노병오는 군복무기간 동안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제대 후에 잘해보려는 욕심은 너무 늦은 것이었다.
이 같은 과정을 겪고 2군 육성 매니저로서 도전하는 노병오는 자신 같은 선수들을 위해 '형'같은 매니저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휴식기지만 2군 설종진 매니저에게서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특별히 말이라도 더 걸 생각이다.
"매니저가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인 거잖아요. 감독, 코치는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매니저는 기술적인 부분과는 상관없고 생활에서 어느 정도 조언을 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 할 것 같고"
이제 마음을 굳히고 새 출발을 하는 노병오지만 마운드에 오른 선수를 보면 본인이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대부분의 선수들이 관둔 후 경기에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글쎄요, 아직 경기를 안 해서 모르겠는데…아마도 마운드를 보면 저도 올라서고 싶지 않을까요. 하하"
[넥센 노병오. 사진 = 넥센히어로즈 제공]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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