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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와 달리 철저히 수익 추구를 하는 것이 미덕이다.
그래서 케이블 채널 PD들은 고액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이다. 실제로 한 연예 전문 케이블 채널 PD는 “회당 300만원의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블 프로그램은 거액의 제작비가 드는 드라마나 다큐 보다는 소규모의 출연진을 섭외하고 과거 자료를 재사용해서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시청률 대박 신화를 기록한 Mnet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나 현재 Y-Star에서 방송 중인 ‘궁금타’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요즘 tvN에서 방송되고 있는 ‘코미디 빅리그’를 보면 이런 말은 더 이상하지 못할 것이다. 내부야 어떻건 외양만 봐서는 시청률 20%를 상회하는 KBS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 공개 개그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출연진 또한 박준형, 정종철, 유세윤, 유상무, 안영미, 정경미, 김미려, 양세형, 윤택 등 화려하기 그지 없다.
여기에 시즌 1 우승자 ‘옹달샘’을 비롯해 준우승팀 ‘아메리카노’ 등 수 많은 인기 코너를 배출해 냈다. 그 결과 ‘코빅’은 최소 1.4%, 최고 4.27%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시청률은 7%대(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케이블 유가구 기준)까지 솟구쳤으니 이를 지상파에 대입한다면 평균은 30%를 훨씬 넘는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블 프로그램의 상식을 깬 ‘코빅’ 순항의 이유는 무엇일까? 3가지 이유를 짚어 봤다.
이유 1. ‘개콘’ 출신 김석현 PD의 열린 연출
지금의 ‘개콘’을 만들어낸 김석현 PD는 CJ E&M으로 이직해 ‘코빅’을 만들어 냈다. ‘코빅 시즌2’ 2회 녹화를 리허설부터 지켜본 결과 김 PD는 ‘코빅’의 선장이자 조율자 였다.
모든 개그맨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지만,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서 지적 및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모든 공개 개그프로그램 연출자들은 녹화에서 앞서서 모든 동선까지 체크하고 부수 상황까지 컨트롤 하려고 한다. 작가와 개그맨이 주가 되지만 프로그램이 살고 죽고는 PD의 재량에 달린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김 PD는 가장 기본적인 것 만을 강조해 자신의 색깔 보다는 개그맨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일부 비속어에 대해서만 “이건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고 조언을 하는 권위적인 선장이 아닌 동반자적 입장으로 접근했다.
‘코빅’으로 임시 복귀한 강유미 역시 “김석현PD님이 아니었으면 유학 중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 PD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정도였다.
‘코빅’은 개그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경쟁 시스템을 채택했다. 물론 ‘개콘’도 과거 ‘웃찾사’도 제작진과 작가가 입회한 가운데 수 차례 개그에 대한 점검을 받은 뒤 무대에 올리고 재미가 없으면 가차 없이 ‘통편집’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편집의 주체는 제작진이다. 제작진의 웃음코드가 시청자와 직결된다면 해당 개그 프로그램은 승승장구 할 수 있지만, 사람 마다 웃음의 요인은 다른게 현실이다.
하지만 ‘코빅’은 최소 300에서 400여명의 방청객 입회하에 투표가 이뤄진다. 이정도면 충분한 시청자 표본이 만들어진다.
본 방송은 생방송으로 이뤄지지만 이 시청자 투표로 재방송 및 재방송 불가 여부가 가려진다. ‘코빅’은 지극히 시청자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개그맨들 또한 ‘함께 할 수 있는’ 코너를 짜는데 집중한다.
이유3. ‘개콘’의 짜임새와 ‘웃찾사’의 개인기 어우러져
기실 ‘코빅’은 KBS의 ‘개콘’과 SBS ‘웃찾사’의 대표 개그맨들이 출연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분명 양사 개그의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
과거 슬랩스틱으로 일관하던 한국 개그계를 ‘개콘’이 치밀한 멘트 위주의 개그로 판도를 바꿨다면, ‘웃찾사’는 개그맨들의 개인기에 치중하는 편이었다. 실제로 KBS공채와 SBS공채 개그맨들의 스타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게 방송가의 공공연한 평가였다.
물론 ‘웃찾사’는 편성의 아쉬움과 변혁을 주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개인기가 대중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양사의 개그맨들이 한자리에 모인 ‘코빅’은 ‘개콘’과 ‘웃찾사’의 장점만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을 창조해 냈다.
뿐만 아니라 설 자리를 잃은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은 무대에 대한 갈증 또한 ‘코빅’을 통해 승화됐다.
‘코빅’ 홍보담당 우현섭씨는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 개그맨들의 노력에 리그제라는 새로운 경쟁 소구가 더해지면서 무대에 대한 고민이 다들 크다”고 전했다.
이제 시작한지 11회 째를 맞은 케이블 개그 프로 ‘코빅’은 ‘간디 작살’ 등 수 많은 유행어를 배출해 내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라도 좋은 콘텐츠는 충분히 그 힘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진리를 입증한 것이다.
[사진 = 위로부터 시즌 1 우승자 옹달샘, 김석현 PD, 아메리카노 CJ E&M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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