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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12라운드를 맞이한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예전의 긴장감과 파급력이 없다며 우려섞인 반응을 얻고 있다.
'나가수'의 시작은 좋았다. '쌀집 아저씨'라는 애칭을 얻으며 예능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신장르를 개척한 김영희PD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경연'이라는 신선한 포맷을 들고 나왔다.
일요 황금시간대 대표 예능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무한도전' 등 리얼버라이어티의 웃음코드는 철옹성 같았다. 이에 김영희PD의 제안은 획기적이면서도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사실에 주목받으며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10일 오후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진행된 '일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무대를 보고싶다. 왜 그들은 야심한 시각에만 공연해야 하나"라며 '나가수'를 소개했고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어린아이같이 기뻐했다.
'나가수'는 자타공인 실력있는 가수로 멤버가 구성되며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김건모, 이소라, 박정현, 김범수, YB 윤도현, 백지영, 정엽의 공연을 공연장,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일요일 저녁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참신했고 시청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바람직한 기획이었다.
무엇보다 '나가수'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수년간 TV 앞에서 소외됐던 부모님 세대의 한을 풀어주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가수의 무대를 보며 추억을 찾을 수 있었고 자녀세대와 함께 공감하며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 최정상 가수들의 등수를 직접 매긴다는 것은 즐거움을 넘어 설렘까지 안겨줬다.
세대를 초월하며 단숨에 화제에 올랐던 '나가수'는 그 비상의 속도만큼 빠르게 혹평을 얻고 있다. 특히 객관적 지표인 시청률은 10%를 밑돌고 있고 경연이 없는 중간평가 때는 한자리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가수'가 가진 화제성을 생각했을 때 다소 저조한 수치다. 물론 프로그램 성격상 음원과 방송 후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률 저하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낮은 시청률이 프로그램을 되돌아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나가수'는 전환점의 시기를 맞았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거품은 이미 빠졌다. 매주 마음 속으로 순위를 매기며 경연에만 관심을 보인 시청자들은 라운드가 반복될 수록 싫증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 프로그램의 코믹요소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나가수'는 초심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즐거움, 오락을 제공하는 예능프로그램의 성격을 넘어섰다. '나가수'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 가요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고 대중음악의 발전과 그 주체인 시청자들을 위해 존재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선물했다. 아이돌 스타의 화려함, 퍼포먼스에서 오는 동경이 아닌 음악을 통한 교감을 가능케 했다. 이는 상업성, 흥행성에 취한 제작현실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나가수'는 시청률 1%가 나온다고 해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역시 이슈, 흥행을 ?기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기획을 관철해야 한다. 설사 '나가수'가 대다수 사람들의 외면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고 할지라고 '나가수'를 통해 감동을 느끼고 추억을 되찾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가수'는 순위형식을 어떻게 바꾸면 시청자들에게 관심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가수를 섭외하고 어떤 무대를 꾸미면 시청자들이 감동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신효범, 박완규, 김경호, 윤민수, 적우, 테이, 거미(위쪽부터). 사진 = MBC]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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