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감독 박종훈은 떠났지만 선수 박종훈이 뛴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LG 트윈스를 이끌었던 박종훈 감독은 2011시즌을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비록 그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을지라도 오랜만의 달콤한 휴식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2012년에도 박종훈 전 감독의 내음은 프로야구에서 충분히 맡을 수 있다. 박 전 감독과 '꼭 닮은' 박윤이 2012년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누비기 때문이다. 생김새부터 말투, 행동 등 하나부터 열까지 박 전 감독과 판박이인 박윤은 용띠해를 맞아 201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버지와의 맞대결, 상상 속에서나 했는데…"
지난 시즌 중반 SK와 LG가 만나면 경기 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부분이 있었다. 부자지간인 LG 사령탑이었던 박종훈 전 감독과 SK 1루수인 박윤의 만남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2007년 데뷔 이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6월 17일 경기에서 드디어 아버지와 만났다. 이후 박윤은 8월 4일, 9월 1일 경기에서 또 맞붙었다. 결과는 3타수 1안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아버지를 적장으로 만난 당시 박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기분을 표현하기에 앞서 예전에 상상으로만 했던 부분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박윤은 "나도 그렇고 아버지도 프로에 계셨기 때문에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다. 상상 속에서 꿈꿨던 부분이 이뤄졌다"며 "'아버지가 1군에 계실 때 내가 1군에 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기분이 어떨까'라고 아버지와 웃으며 얘기하기도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이 되자 큰 감흥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을 줄 알았지만 부자지간을 떠나 경기를 할 때는 다른팀 감독이고 선수니까 각자 역할에만 집중했다"며 "부담감 같은 것은 없었다. 이기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아버지가 더 원하고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를 떠난 박종훈 감독은 이제 '프로야구팀의 수장'에서 '박윤의 아버지 박종훈'이 됐다. 비록 잠시 그라운드는 떠났지만 박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박윤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가져야할 덕목이나 야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신다"며 "아버지며 존경하는 분이 해 주시는 말이니까 아버지의 모든 부분들이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고 존경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아버지와 정말 닮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아들이니까 안 똑같으면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면서도 "정말 좋다"고 미소 지었다.
▲"2012년은 팀과 나 모두에게 중요한 한 해"
박윤에게 2011년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였다. 2007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지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성적도 타율 .200(15타수 3안타) 3득점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박윤은 "큰 한 발짝을 내딛은 것 같다"며 "많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1군 무대가 동기부여도 됐고 뛰어보니 야구에 대해 욕심이 더욱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보다는 희망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이는 박윤도 마찬가지다. 특히 1988년 용띠인 박윤에게 2012년 임진년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박윤은 2012년을 맞는 각오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해를 맞으면 '내가 잘 풀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용띠해다 보니 더 느낌이 특별한 것 같다"며 "이와 별개로 내가 작년에 못보여줬던 것을 더 보여줘야하는 시기라서 중요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2년은 출발은 좋지 않다.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된 것. 그는 "기대를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면서도 "감독님, 코치님께서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셨을 것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서 보완하겠다"며 전지훈련 제외를 전화위복으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박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다는 순발력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도 소화했다. 복싱이 그것. 그는 "정말 힘들었다. 체력도 중요하고 스피드도 중요하다. 그래도 덕분에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자율훈련기간동안 스케줄이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새로운 느낌도 들었고 재미있었다"고 좋은 경험이었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올시즌 박윤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만수 감독이 선수단에게 자신의 목표를 적으라고 했을 때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적지 않았다. 박윤은 "수치상으로 목표를 잡기 보다는 1군이 나를 필요로 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용띠해를 맞아 SK에게나 나에게나 중요한 한 해 인 것 같다"며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 팀 옆에서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SK 박윤.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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