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부러진 화살'은 개봉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언론시사회 당시 "숨은 대박영화였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소재의 민감함은 차치하고 일단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순제작비 5억원, 저예산 영화였기에 배급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됐고, 이에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을 앞둔 '부러진 화살'의 흥행은 낙관하기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관객 입소문 덕에 이번에도 터졌다. 처음 200여개관에서 개봉되던 '부러진 화살'은 개봉된지 얼마되지 않아 손익분기점인 5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후 개봉관수는 400개를 넘어서게 됐다. 개봉 8일만에 100만 돌파, 9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 역전, 그리고 14일만인 31일 200만 관객 동원을 앞두고 있다.
60대의 정지영 감독은 지난 9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명감독이었다. '부러진 화살'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사회적인 문제들, 특히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 갈등에 관심이 높다. 영화 전반에 물흐르듯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놓지만 캐릭터도 놓치지 않았다. 강대국들의 욕심으로 빚어진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약소국 청년이 겪는 정신적 혼란을 담은 '하얀전쟁'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13년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또 그 작품이 흥행을 했다는 것은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 실력있는 선배 감독님들이 계속 활동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영화판은 너무 젊은 감독들 위주인데, 실력있는 선배감독님들이 자리를 잡아주시고 거기서 중견은 중견대로 신진은 신진대로의 롤을 다 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러진 화살'의 경우, 특히 요즘 같이 기획영화들만 양산되는 시장주도적인 영화계에서 선배 감독님이 뭔가 하나 보여주셨구나 싶어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또 무엇보다 좋은 작품이 잘 돼서 우리 영화계가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부러진 화살'같은 영화가 잘 돼야 영화를 주도하는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영화의 흥행은 공식대로만 안된다'라는 인식을 갖게 될테고, '좋은 작품이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겠죠."
['부러진 화살' 스틸컷 안성기(위)-문성근과 이경영(가운데)-정지영 감독. 사진=아우라 픽쳐스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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