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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 연출 김도훈)의 잔실이(배누리 분)는 가벼운 입 때문에 가끔은 얄밉기도 하고, 도무녀 장씨(전미선 분)가 "입을 찢어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순진한 아이다. 연심을 품고 있는 양명(정일우 분)이 월(한가인 분)만을 바라보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 사랑을 도와주고자 하는 착해 빠진 아이다.
배누리는 잔실이가 좋단다. 그러고 보니 배누리는 잔실이를 닮았다. 잔실이가 배누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성격도 잔실이처럼 활발해요. 천방지축에 먹을 것 좋아하고. 잔실이는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에요. 그리고 중요한 임무를 가진 아이. 그래서 존재감이 뚜렷한 잔실이가 좋아요. 댓글을 보면 '잔실이의 입을 찢어놔야 할텐데'란 분도 있고, 한편으로는 '잔실아 네가 빨리 다 불어서 훤이랑 월이랑 만나게 해줘라'도 있어요. 극과극인 댓글처럼 잔실이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캐릭터죠"
배누리는 '해를 품은 달'에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됐다. 잔실이 역을 두고 몇몇 연기자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김도훈 PD는 배누리를 선택했다.
"감독님이 잔실이가 매번 신기가 있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어리바리 하다가 갑자기 신기가 들리는 캐릭터라 눈빛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마지막 오디션 때, 대사를 읽으면서 감독님 눈을 빤히, 어떻게 보면 맹할 정도로 바라보고 했는데, 그 때 감독님이 '신기 들린 눈빛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김도훈 PD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상선내관 형선 역의 정은표, 도무녀 장씨 전미선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의외로 신예인 배누리도 '해를 품은 달'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나 더 의외인 건 지금쯤이면 사람들이 제법 알아볼 법 한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며 여전히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란다.
"일 적으로 이동할 때는 회사에서 데려다 주지만, 학교나 개인적인 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대중교통이 편해요. 평소 식당에 가도 한복을 차려 입고 갔을 때라면 알아보는데, 평상복은 워낙 털털하게 입고 다녀서 그런지 잘 못 알아봐요"
배누리는 자신을 '해를 품은 달'의 배우이면서 한편으론 열렬한 시청자라고 말했다. 정작 이 시청자는 배우 배누리의 연기는 자신 있게 바라보지 못한다고 한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쯤이면 제 촬영분이 다 끝나기 때문에 집에서 엄마, 아빠랑 열심히 모니터 해요. 그렇지만 제 연기는 오글거려서 못 보겠어요. 아무래도 주관적으로 밖에 못 보기 때문에 주변 반응으로 듣는데, 제 연기를 보면 항상 아쉬워요"
"(김)수현 오빠는 드라마 '드림하이' 때도 함께 했는데, 실제 성격이 너무 활발하고 재미있어요. '드림하이' 삼동이 캐릭터랑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왕 역할이라 그런지 카메라만 켜지만 180도 달라져요. (정)일우 오빠는 원래 성격도 유쾌하고 특히 매너가 너무 좋은 분이에요"
한가인, 윤승아란 미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기분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버릇이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사실 첫 날부터 편했어요. 물론 '한가인', '윤승아'란 타이틀에서 오는 느낌 때문에 선뜻 먼저 말 걸기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게 먼저 말 걸어주고 몇 살인지 물어봐 주셨어요. 특히 전미선 선배님 같은 경우 '해를 품은 달' 초반부터 등장했기 때문에, 화면에서 볼 때는 무섭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뵈니 진짜 신모님처럼 잘 챙겨주시고 좋아요"
월이자 연우인 한가인은 아역을 연기한 김유정의 탁월한 감성 표현 때문에 자신에게 배역이 넘어온 후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배누리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연기를 하면서 봤을 때, 어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어요. 이런 논란이 있을 지도 몰랐거든요"
배누리는 그 이유로 한가인의 뛰어난 집중력을 들었다.
"잔실이가 월이를 걱정하고 우는 신들이 있어요. 감정을 잡기 위해 (한)가인 언니를 바라보면, 눈이 너무 슬픈 거에요. 마치 진짜 월이 된 것처럼 가인 언니가 집중하고 있어서 눈을 바라보면 항상 슬퍼요. 덩달아 저까지 집중을 잘하게 되죠"
배누리에겐 한가인이 한참 선배이겠지만, 선배의 연기를 평하는 후배 배누리의 눈에는 한가인에 대한 신뢰가 잔뜩 묻어났다.
"1회 분 촬영 때 제작진을 만나러 현장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여)진구 군을 봤어요. 그 때는 진구 군이 그렇게 감성적이고 멋있는 아이인 줄 잘 몰랐어요"
여진구를 떠올리는 배누리는 요즘의 '해를 품은 달' 누나 팬들과 똑같았다. 시청자 입장에선 여진구가 어떠냐고 묻자 단번에 "당연히 짱이죠!"라고 외치며 좋아했다. 그래도 내심 연기자로서 여진구에게 부러운 점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현장에선 진구 군 얘기를 많이 하세요. 못 잊으시는 것 같아요. 너무 연기를 잘하다 보니 존재감이 확실히 생겼나 봐요. 어떻게 보면 닮고 싶고, 질투가 나기도 해요. 그 나이에 그런 감성을 가진다는 게, 대단하잖아요. 전 경험, 경험 그러기만 했지, 솔직히 진구 군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을 거에요. 그래서 진구 군은 진짜 연기를 타고난 것 같아요. 저 역시 경험도 경험이지만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어요"
아직 풋풋하고, 연기가 마냥 재미있기만 한 배우 배누리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진다.
[배우 배누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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