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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중국고사 ‘초한지’를 원전으로 만든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꼬집는 메시지와 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끝까지 빛을 발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4일 첫 방송한 ‘초한지’는 취업난과 재벌 가족의 경영 나눠먹기, 구조조정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판해 호평을 받았다. ‘약육강식’의 논리로 극중 인천공장의 직원들을 막무가내로 내쫓는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을 집어삼키는 재벌 경영을 통해 국내 현실의 자화상을 그려냈다는 평도 잇따랐다.
특히 2월 28일 방송분에서 유방이 팽성실업을 막대한 돈으로 집어삼키려는 항우에 술잔을 뿌리치며 “너 그러는 거 아녀. 대기업도 책임감이 있는 거여. 파리채 들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파리들 목숨이나 잡으려는 게 대기업이 할 짓이여”라고 말한 장면은 ‘약육강식’이 팽배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단적인 예다.
‘초한지’의 현실 비판은 유방(이범수 분) 측과 모가비(김서형 분) 측의 선·악 대결로 이어진 후반부에서도 계속됐다. 12일 방송분에서 항우(정겨운 분)와 유방의 방송 토론에서 항우가 유방의 말에 막무가내로 고소하겠다는 장면은 한 국회의원을 연상케 했으며, 13일 방송분에서 모가비가 검찰 조사 도중 심장질환을 핑계로 휠체어를 이용해 검찰청을 빠져나오는 장면은 방송 뉴스 헤드라인을 떠올리게 했다.
메시지가 강렬한 ‘초한지’의 최대 강점은 이를 코믹으로 풀었다는 것이다. 유방을 비롯해 여치(정려원 분), 진시황(이덕화 분), 차우희(홍수현 분), 심지어 악역을 자처한 항우 등 주요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이 다수 섞여 어려울 수 있는 사회문제를 보는 이들이 무리 없이 소화하게 했다.
온갖 사건과 악행의 중심 모가비가 파멸하며 다소 진부할 수 있는 권선징악 코드로 마무리 됐지만 그동안 ‘초한지’가 보여준 메시지는 여타 권선징악 코드와 다른 지점이다.
이렇듯 ‘초한지’의 메시지가 빛날 수 있었던 점에는 이범수, 정려원, 정겨운, 홍수현 등 주연 배우들을 비롯해 김서형, 이기영, 윤용현, 김일우, 이덕화 등 거의 모든 출연진의 연기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
유방의 충청도 사투리를 극 내내 구수하게 사용한 이범수는 ‘올드보이’부터 ‘베르사이 유’까지 다양한 변신을 선보였다. 그는 때때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바보 같은 천진난만함을 넘나들며 유방이라는 캐릭터에 다양한 색깔을 집어넣었다.
또 일에 있어서는 용장 ‘항우’로, 사랑 앞에서는 농촌향기 나는 ‘한우’로 분한 정겨운 역시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대기업 CEO 항우를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그려냈다. ‘욕하는 마녀’ 백여치의 성장통을 유쾌하게 그려낸 정려원과 청순과 섹시, 도발 등 여러 가지 매력을 다각도로 발산한 차우희의 홍수현의 연기력 역시 찬사를 받을 만하는 평이다. 특히 정려원은 백여치를 통해 연기력이 한층 성장한 느낌이다.
더불어 “모가비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극단적으로 표출한 예”라고 밝힌 김서형은 진시황을 죽인 뒤 권력과 욕망의 화신으로 변신한 모가비를,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으며 열연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러한 모가비를 끝까지 보좌하는 범증 역의 이기영, 유방 측의 김일우, 윤용현, 양형욱도 공도 컸다. 박문수 검사로 뒤늦게 등장한 김성오도 찌질하면서도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며 ‘초한지’에 녹아든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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