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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비행기가 뜨지 않아도 회항하는 경우가 있어요. 경고등이 들어오면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들과 짐을 모두 내렸다가 다시 타야해요. 새벽에 회항을 많이 해요. 관제탑에서는 공항이 아니라 영종도가 다 보여요. 활주로는 서로 각도가 살짝 달라요. 비행기들은 기류를 타고 한 점이 돼서 날아와요."
최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천희(33)는 항공관련 전문지식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지난 8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부탁해요 캡틴'(극본 이재연, 연출 주동민)에서 7년 관록의 관제사 강동수 역으로 열연했다.
"항공드라마 왜 찍기 힘든지 알겠어요."
이천희는 치밀한 관제사로 전문직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한다진(구혜선 분)에 대한 순애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혼 후 첫 작품이었던 '부탁해요 캡틴'은 이천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결혼 후 첫 작품이지만 결혼때문은 아니고 시작 전에 기대치가 엄청 높았어요. 항공드라마로서 시청자분들게 보여줄 것도 많았고 관제사 같은 직업은 처음하는 소재였기 때문이죠. 근데 제약이 너무 많았어요. 항공드라마 촬영이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인천공항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촬영장 섭외도 힘들고 해외촬영, 비행장면 촬영 등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못 보여드려 아쉬움이 남아요."
상황은 안 좋았지만 '부탁해요 캡틴' 스태프와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다. 비행기 한기를 통째로 빌려 개조해 세트장을 개설했고 기내, 관제탑, 공항 대기실 등을 실제와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기내 세트, 관제탑 등이 실제보다 더 좋았어요. 사실 실제 기내에서 촬영이 불가능해요. 기내 통로는 좁기 때문에 카메라 이동경로가 확보가 안됐거든요. 관제탑같은 경우 30여 개의 모니터를 일일이 다 붙이고 세트를 제작했어요."
항공드라마로서 배우들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대본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공항에서 찍는다는 특수성은 배우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새나 고라니 등 동물들이 공항에 많이 출몰해요. 그럼 동물들을 잡으러 다녀야 하죠. 다 잡기 전에는 사고를 염려해 비행이 안되요. 이 모든 사례를 듣고 많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봤지만 역시 촬영여건이 힘들어 찍을 수 없었어요."
이천희는 관제사 연기를 위해 실제 인천공항 관제탑을 방문했다. 하루만에 익힌 관제지식이었지만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관제탑에서 뵌 탑장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한번밖에 못 갔지만 많은 것을 배웠어요. 관제용어 이야기하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당시 관제탑에서 1시간에 30대의 여객기를 띄웠어요. 9000명의 생명을 책임진 것이죠.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비행기의 이착륙은 물론이고 전진, 후진 심지어 시동을 켜는 것까지 모든 것이 관제탑의 명령에 의해 이뤄졌어요."
극중 배우들의 전문용어 사용은 화제가 됐다. 이천희 역시 관제탑에서 영어로 기장 김윤성(지진희 분), 한다진과 대화했다. 약간 딱딱했던 발음은 관제용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이천희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고지식하게 관제용어를 사용했다. 그만큼 현실감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려 노력했다.
"관제용어는 정확하게 발음해야 해요. 비행 중인 기장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또박또박 말할 수 밖에 없죠. 쉽게 설명드리면 우리가 애매한 발음을 이야기 할 때 이태원의 '이'라고 알려주죠. 같은 원리에요. 일각에서는 한국 사람끼리는 한국말로 교신하면 안되냐고 하시던데 관제탑이랑만 교신하는 것은 아니에요."
"구혜선은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
'부탁해요 캡틴'은 극 초반 구혜선에 대한 연기논란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극중 강동수는 한다진만 바라보는 순애보를 보여줬다. 이천희는 같이 고민하고 연기한 구혜선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한다"고 표현하며 연기력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구혜선씨는 일만하는 스타일이에요. 혼자 극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역할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죄송합니다' 등 특유의 말투와 손 넣고 걸어가는 연기가 비슷하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구혜선이란 인물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구혜선이란 베이스가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장점이 정말 많은 친구에요. 감정에 솔직하고 진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기술적인 측면에서 유선 누나와 같은 베테랑과 다른 점은 있겠지만 구혜선씨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어요."
이천희는 SBS '패밀리가 떳다'로 엉성 이미지를 얻기 전 '대왕세종', '한성별곡 정'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았다. 심지어 살인마 같은 범죄자 역할을 많이 했었다. 이제는 유쾌해진 이천희에게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유쾌한 작품을 하니까 삶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 범죄자 역할을 할 때는 제가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같이 황폐해졌어요. 앞으로도 밝은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이천희는 지난해 3월 동료배우 전혜진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2010년 방송된 MBC '그대 웃어요'에서 연인으로 출연하며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전혜진은 '부탁해요 캡틴'을 모니터해주며 남편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깨소금이 쏟아질 신혼초기,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활짝 웃었다.
"결혼을 하고 딸이 생기니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저만 행복하면 됐었지만 이제는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저 하나만 행복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하고싶은 것을 좀 덜해도 아내와 딸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것이 제 세상이에요. 이런 행복, 이런 소중함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천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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