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이종범(41·KIA 타이거즈)이 은퇴한다. 언젠가는 올 일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았지만 이토록 갑작스러우리라곤 그 누구도 몰랐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은퇴를 발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야구의 전설들이 거쳐 갔다. 그 중 몇몇은 구단과의 마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식도 하지 못하고 쓸쓸히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스타들의 마지막 모습도 있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해 은퇴한 이숭용의 은퇴식을 꼽을 수 있다. 이숭용은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모두 입어 본 유일한 선수다. 세 벌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 팀에서만 뛴 선수로 기억되는 이숭용은 레전드라는 말에 걸맞게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다.
이숭용은 은퇴식과 함께 은퇴경기를 가졌다. 이숭용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시즌 막판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대부분의 선수는 시즌을 치르는 중 은퇴를 결심하기 때문에 은퇴식을 치르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시즌이 끝나는 9월이나 10월에 은퇴경기를 치른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듬해 개막전에 은퇴경기 없이 은퇴식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달리 좀 더 여유를 두고 떠남을 미리 알리는 경우도 있다. 2010시즌을 끝으로 SK에서 은퇴한 김재현은 2010시즌까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표했다. 김재현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야구와 작별하며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지키기 힘든 금언을 실천한 몇 안 되는 스타로 남았다.
하지만 이종범의 은퇴는 시기적으로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쉽사리 들어맞지 않는다. 개막 일주일 전이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타들이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시기에 은퇴를 발표한 이종범의 선택에 많은 이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이종범을 KIA 타이거즈를 넘어 한국야구 전체의 레전드로 생각하는 이들은 이종범이 은퇴경기에 출전해 한 번이라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자 한다. 하지만 은퇴를 선언한 입장에서 새 시즌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선수에게 부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1996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박철순은 은퇴를 선언한 뒤 은퇴경기 등판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이 등판하려면 1군 엔트리에 등록이 돼야 하고, 그렇다면 한 명의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가야만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종범 또한 바라보기에 따라 박철순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이종범이 은퇴 결심을 했다는 사실 뿐이다.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기적으로 보면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지만 팬들은 이종범이라는 레전드를 기억하고 싶어 한다. 좋은 마지막 모습으로 오래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은퇴를 선언한 KIA 이종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