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치고받는 난타전이 따로 없다.
동부와 KGC 인삼공사의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애당초 동부의 절대 우세가 예상됐지만, KGC가 선전하면서 2승 2패 동률을 이뤘다. 이제 KGC도 시리즈가 중반으로 접어든 현재 5차전을 잡거나 경기 내용면에서 앞설 경우 진지하게 챔프전 우승 타이틀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KGC의 선전에 동부가 적지 않게 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 액션영화와 멜로영화의 차이
이번 챔프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김태술, 양희종,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 등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비는 KGC 젊은 피들이다. 이들은 실점하고도 곧바로 빠르게 패스해 쉬운 득점찬스를 만들고 득점에 실패하더라도 재빨리 수비로 전환했다.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대부분 처음인 이들은 숱한 큰 경기를 치러본 김주성보다도 침착했다. 또한, 오세근과 크리스 다니엘스의 하이-로 게임도 동부가 전혀 예상치 못한 KGC의 공격방법이다. 동부가 자랑하는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의 높이 위력도 예상보다 많이 발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KGC의 트렌지션 게임에 동부도, KGC도 체력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두 팀은 지난 4차전까지 계속 5점 차 이내 승부를 펼쳤다. KBL 15년 역사상 이런 챔프전은 없었을 것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도 않고 쉴 틈 없이 달리다가 끝이 난다. 전적은 동률이지만, 사실상 내용은 KGC의 우세승이다.
한 마디로, 단기전의 백미인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상대의 간을 보는 게 없다. 마치, 멜로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2차전서 KGC가 양희종을 전면에 세운 드롭-존 디펜스를 시도해 성공하자 동부가 그에 걸맞은 수비를 준비했지만, 정작 KGC는 이후 지역방어조차 거의 시도하지 않아 동부가 허탈해한 게 전부다. 하지만, 동부는 높이의 위력에 외곽슛을 더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시리즈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순간순간의 작전 결과가 바로 나오는 이번 챔프전은 적당히 밀고 당기고, 반전을 도모하고, 자신들의 실체를 적당히 숨겨 상대를 속이면서 신비로움을 풍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두 팀이 영화 남녀주인공이라면, 두 팀이 찍고 있는 영화는 멜로물이라기보다 액션극에 가깝다. 두 팀은 4차전까지 체력 소모와 반칙을 아끼지 않고 코트에 모든 열정을 다해 땀을 흘리고 있다. KGC가 극단적으로 뛰는 농구를 구사하는 건 근본적으로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동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KGC는 굳이 자신들의 이런 약점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선수층이 얇은 동부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김성철, 김일두 등 풍부한 백업 선수를 활용한 극단적인 체력전으로 승부하고 있다. 동부도 이에 뒤지지 않고 체력전으로 맞불을 놓은 지난 1~4차전이었다. 빠르고, 스피디한 전개에 잠시도 관람객의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이 코트에서 연일 펼쳐지고 있다. 확실히 이번 챔프전은 멜로영화보단, 액션영화에 가깝다.
▲ 흥행도 성공적
두 팀이 4차전까지 예상을 깨고 피 말리는 승부를 거듭하자 신이 난 건 KBL이다. 1,2차전이 열린 원주에서는 3050명의 좌석이 연이어 매진됐고, 3, 4차전이 열린 안양에서도 연이어 7150명이 들어찼다. 4경기 연속 만원 관중이며, 4일 5차전도 매진될 가능성이 크다. 애당초 동부가 KGC에 일방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다.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는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KGC가 액션영화를 자처하면서 이번 챔프전의 흥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강동희 감독과 이상범 감독은 장외에서 설전을 펼치지 않는다. 선수들도 4게임 내내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했다. 정직하면서도 치열한 액션극만이 코트를 수놓고 있다. 1~4차전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두 팀의 치열하면서도 수준 높은 액션극을 만끽했다. 혹시 결말이 궁금하다면, 5~7차전도 직접 관람하거나 TV 중계를 챙겨보면 될 일이다. 일방적인 승부가 아닌, 그렇다고 해서 수비에만 중점을 두지도 않는, 적당히 치고받는 난타전이기에, 어떻게 결과가 나오든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달콤한 멜로영화가 아닌 치열한 액션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치열한 공격과 수비 중인 동부와 KGC선수들.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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