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내가 제발 자기 좀 쳐다보지 말래요.”
롯데 4번타자 홍성흔은 올 시즌 타격폼을 수정했다. 박정태 타격 코치의 폼을 벤치 마킹해 테이크 백(타격을 위해 방망이를 뒤로 빼는 것)을 줄이는 대신 타격 타이밍을 잡을 때 왼손을 배트에서 뗀 뒤 스트라이드(타격을 위해 디딤발을 들었다가 놓는 것)를 하면서 가볍게 다시 베트 그립을 쥐는 것이다. 오른손 타자인 그가 타격 자세를 취할 때 왼손을 방망이에서 놓았다가 타격 직전 다시 쥐면 자연스럽게 최대한 힘을 뺄 수 있고, 타격하는 순간에 맞춰 힘을 모을 수 있다. 올 시즌 4번타자로 중용되는 만큼 강한 타구를 양산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개막 2연전서 홍성흔은 7타수 2안타 타율 0.286 2득점에 그쳤다. 4번타자 치고 2% 부족한 성적이다. 때문에 홍성흔은 여전히 고민이 많아 보였다. 물론 쾌활한 성격답게 유쾌하게 고민을 풀어냈다. 8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아내가 자꾸 자기 좀 쳐다보지 말래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성흔은 “집사람이 제가 타격할 때 자꾸 헤드 업이 된데요”라고 웃었다. 홍성흔의 아내는 남편이 부진한 시즌 출발을 한 이유가 공을 방망이에 맞췄을 때 방망이를 끝까지 밀어주지 못한 채 미리 머리가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머리가 타격 완료 직전 돌아가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헤드 업'이라고 한다. 헤드 업을 하면 타격을 할 때 공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확한 타격을 할 수가 없다. 당연히 타구가 멀리, 그리고 강하게 뻗을 수 없다.
그러나 홍성흔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2010년 갈매기 타법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홍성흔은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손을 휘휘 저으며 타격 타이밍을 잡았다. 현재의 타격 폼과 다르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다르지 않다. 당시 타율 0.350, 26홈런 116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어 지난해 장타력이 떨어진 뒤 올 시즌 다시 변화를 시도한 홍성흔은 “지금도 타격감이 완전히 나쁜 건 아니다. 머리는 미리 돌아가고 있지만, 어깨가 미리 돌아가는 건 아니다”고 웃어 넘겼다.
홍성흔이 기자들 앞에서 웃으면서 얘기를 한 건 아내의 힘이 크다.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 씨는 개막전을 3루쪽 관중석에서 관람했다. 김 씨가 “제발 나 좀 쳐다보지 말라”고 말한 건 오른손 타자인 홍성흔이 타격할 때 미리 머리를 돌릴 경우 자연스럽게 3루쪽 김 씨가 있는 쪽으로 고개가 향한다고 재치있게 말한 것.
참고로 홍성흔은 올해로 결혼 9년차다. 그의 아내 김 씨도 야구선수의 아내로 9년을 살았다. 매일 홍성흔의 경기를 TV나 현장에서 지켜보니 이제 완전히 야구 도사가 됐다. 홍성흔은 “아내가 야구 전문가가 됐어요”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결코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확실하게 모니터를 해주는 아내가 있으니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진한 출발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홍성흔이다.
[힘차게 타격하는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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