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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김지원은 지원이를 닮았다.
김지원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을 이야기하면서 "지원이는…"이라고 말했다. 김지원이 지원이 얘기를 하는 건지, 지원이가 김지원을 설명하는 건지, 두 가지 이야기는 뒤섞였고, 미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지원이였던 김지원은 "더 이상 촬영이 없다는 게 허전해요"라고 했다. 그리고 "졸업한 기분이네요"라고 말하는 김지원의 눈은 지원이가 살던 '하이킥3'의 7개월을 되새김 중이었다.
"좀 더 잘할 걸. 모든 건 끝나고 나면 '좀 더 잘할 걸' 이런 생각이 드는가 봐요"
김병욱 감독이 창조한 '하이킥' 세상에서 지원이는 가장 외로운 인물이었다. 작품 안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지원이를 이해하는 이는 적었다. 치기 어린 여고생의 짝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도 전 언제나 지원이 편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원이에게 공감하지 못했던 건, 아마도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있고 돈도 있고 사랑하는 언니도 있는데, 무엇이 더 부족하냐는 생각이 들었던 거겠죠. 그런데 다른 게 다 있어도 지원이에게 부모님이 없단 건 굉장히 큰 상처잖아요. 아버지가 없으면 집이고 돈이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그러다 계상 아저씨란 사람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했고, 나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서 르완다에 가기로 결정했는데… 사실 지원이를 깊게 공감하는 분들이 없었어요. '갑자기 왜 저래?' 이런 말들이 많았고요. 하지만 지원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저로선 그런 반응들이 속상했어요"
지원이는 계상 아저씨를 좋아하고 있었다. 계상 아저씨는 지원이의 마음을 알았지만, 그 마음을 받아주지도 돌려주지도 않았다. 어쩌면 계상 아저씨가 지원이에게 전한 편지에 그 대답이 담겨있을지도. 그러나 지원이는 그 편지를 읽지 않고, 태웠다.
"제가 시청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지원이와 계상 아저씨의 지지부진한 관계가 답답했어요. 그러나 지원이로 바라본다면 계상 아저씨와의 관계는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계상 아저씨와 마음이 통하고, 감정의 공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교류. 전 그런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감정이 오갈 수 있는 사이가 됐단 자체만으로도 이미 서로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지원이는 계상 아저씨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았을까?
"지원이는 못 느꼈겠죠? 편지의 내용이 거절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원이는 그걸 보는 게 무서워서 태워버렸어요. 아무리 어른스럽다지만 고등학생이니까. 만약 아저씨가 지원이를 좋아하는 거라면 그 이전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보였을 텐데 전혀 보이지 않다가 집에 들어가기 전 준 편지 하나가 대답이라고 하니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태워버리죠. 그 때도 모든 사람들이 왜 저러냐고 했지만요"
"하지만 전 다른 커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는 김지원에게 종석 선배였던 이종석이 촬영장에서 지원이와 계상 아저씨가 함께 있는 걸 보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던 적이 있다고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도 그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서 종석 오빠한테 농담으로 웃기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다들 그랬을 것 같아요. 워낙 긴 작품이다 보니까 캐릭터에 빠지게 되고 만나는 사람도 그 사람 밖에 없으니까요. 감정이란 게 '컷' 했다고 '딱' 끊어지지 않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윤계상 선배와 계상 아저씨,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괜히 의지하게 되면서 더 편하게 다가갔어요"
"르완다로 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당장 르완다로 떠나기는 막막했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준비를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스무살이 되면 성인이 되어서 가는 거니까 문제도 없을 거고요. 그래서 스무살이 되고, 르완다로 떠나서 '아저씨!'하면서 나타났을 것만 같아요"
김지원에게 지원이의 결말, 그리고 '하이킥3'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다.
"대만족. 그 캐릭터들이 그 순간 끝이 아니라 왠지 '하이킥3'가 끝나도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갈 것 같아서 좋았어요"
김지원은 "지원이와 닮은 점이 많아요"라고 했다. "김병욱 감독님이 제 모습을 대본에 넣어주셨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기도. 그래서 김지원에게 지원이는 자신 스스로였나 보다.
"인터넷 댓글 중에 '캐릭터가 시트콤인데 너무 우울하고 재미없다'는 말들이 많았어요. 사실 '연기를 못해요'가 아니라 '캐릭터가 재미없어요'란 말이었는데, 그게 괜히 저한테 하는 말처럼 들려서 우울했어요. 지원이란 캐릭터가 욕 먹는 것도 우울했고요. 음… 그렇게 우울한 것만은 아닌데, 되게 밝은 면도 있는데…"
김지원은 "저도 스무살이 빨리 되고 싶었어요. 동경의 대상이고 어른이잖아요. 막상 스무살이 되니까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그 1년의 차이가 굉장히 크구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1992년생인 김지원의 스무살에는 '하이킥3'가 남아 있다.
"1회 때와 123회를 끝내고 난 뒤를 생각해 보면 '아, 그래도 조금은 자랐구나' 싶었어요. 연기적인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짧을 수도, 어떻게 보면 길 수도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성장했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양손잡이 김지원의 왼손과 오른손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배우 김지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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