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열심히 뛰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쁜 날이 온 것 같아요.”
신정자는 2인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그랬다. 리바운드에 탁월한 감각이 있지만, 그 외 모든 부분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라졌다. 39경기에 출장해 평균 15.3점(6위), 1.2굿수비(1위), 4.2어시스트(5위), 1.4블록슛(2위)에 오르는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명실공히 ‘신정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신정자는 “부모님이 생각나요. 그리고 팬클럽 언니들이 떠오르네요”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날 신정자의 팬클럽은 화환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신정자를 응원했다. 정이 많은 신정자는 전날 팬클럽 회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극구 이런 이벤트를 만류했지만, 정작 시상식 현장에서는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소위 말해 스토리가 된다. 신정자는 2006년 6월 KB에서 금호생명(현 KDB생명)으로 트레이드가 됐다. 당시만 해도 최고 센터 정선민에게 밀려 백업 신세였다. 하지만, 금호생명으로 온 뒤 주전으로 꾸준히 뛰었다. 쉽사리 향상되지 않는 실력에 좌절도 했고, 리바운드만 잘한다는 반쪽자리 선수라는 평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5관왕이다.
“작년부터 올 시즌까지 많은 분이 관심을 줘서 감사해요. 기대가 커서 솔직히 MVP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너무 감격스러워요”라는 신정자. 그녀는 “쉽게 쉽게 농구를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거에요. 금호생명으로 온 뒤 정말 열심히 뛰었거든요. 리바운드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농구에 눈을 뜬 것 같아요. 그래서 리바운드 상이 MVP보다 더 값져요”라는 신정자는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신정자가 정말 농구에 눈을 떴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수비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WKBL 역사상 수비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선수는 지난해까지 정선민뿐이었다. 이는 그만큼 신정자가 공수에서 당당히 최고 센터로 거듭났다는 증거다. “체력적인 면에서 공격과 수비를 같이 잘하는 건 쉽지 않아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아졌다는 의미에서 이런 큰 상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기뻐했다.
“KDB생명이 우승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이번 시즌의 경험을 살려서 내년에는 꼭 우승을 이끌 겁니다. 런던 올림픽도 나갈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뛰고 싶어요.”
화려한 선수가 아닌,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인 신정자가 여자농구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녀가 흘린 땀은 다른 평범한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훈훈한 스토리의 결정체다.
[정규시즌 MVP 트로피에 키스하는 신정자(위),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신정자(가운데), 공손하게 상을 받는 신정자(아래). 사진 = 하얏트호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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