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이것이 진정한 투수전이다.
11일 광주구장. KIA 윤석민과 삼성 윤성환이 10일 우천 취소로 극대화된 광주 팬들의 야구 갈증을 재대로 씻어줬다. 애당초 10일 선발 예고된 두 투수는 11일 나란히 다시 선발 등판해 각각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윤석민은 107개의 공을 던져 8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103개의 공을 던진 윤성환은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둘의 투수전은 이날 4개 구장에서 벌어진 경기 중 단연 백미였다.
▲ 윤석민, 고속 슬라이더로 11 탈삼진쇼
KIA 선동열 감독은 “석민이에게 1달 전부터 홈 개막전에 나서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팀에서 최고의 구위를 갖고 있는 만큼 광주 홈팬들에게 먼저 선보여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선 감독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지난해 3관왕 윤석민의 투구는 명불허전이었다. 초반부터 자신 있게 투구했다. 홈 플레이트 모서리를 파고드는 묵직한 직구에 고속 슬라이더까지 완벽했다. 많은 구종을 사용하지 않고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삼성 타선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1회초 선두 타자 배영섭을 간단하게 삼진 처리한 윤석민은 우동균과 이승엽을 각각 내야,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고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2회에는 본격적으로 K쇼의 개막을 알렸다. 삼성이 자랑하는 젊은 타자 3인방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을 차례대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직구의 위력이 워낙 좋아 삼성 타자들이 직구에 타격 타이밍을 맞출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유인구로 승부해 강타자들을 솎아내는 윤석민의 지능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3회초 2사 후 김상수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윤석민은 2사 2루 실점 위기에서 배영섭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4~5회에 연속 삼자범퇴 처리하며 타선을 압도했다. 6회에도 과감한 승부로 삼진 2개를 추가했다. 7회초에도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을 차례대로 범타와 삼진으로 처리했다. 8회에도 볼넷 1개를 허용했지만, 위기 없이 이닝을 마쳤다. 삼진만 무려 11개였다. 홈플레이트의 구석을 예리하게 찌르는 고속 슬라이더와 알고도 못 치는 직구에 삼성 타선이 벌벌 떨었다. 슬라이더를 47개로 가장 많이 던졌고, 직구는 41개, 체인지업이 18개, 커브가 1개였다. 참고로 윤석민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2개. 개인 기록에 1개 모자랐다.
▲ 윤성환, 구종 다변화로 위기관리능력 UP
윤성환은 국내 최고 커브 전문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에 욕심을 냈고, 시범경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도 적응에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정규시즌 첫 등판인 이날 달라진 윤성환의 위력이 베일을 벗었다. 원래 타자 무릎 부근으로 파고드는 낮고 묵직한 직구가 최대 강점인 윤성환은 이날 직구 제구가 완벽했다. 이어 전가의 보도 커브로 연이어 KIA 타자들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특히 윤성환의 구종 다변화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KIA 타선은 1회 무사 2루, 2회 무사 3루, 3회 무사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연이어 윤성환의 어지러운 볼배합에 무너졌다. 1회에는 신종길, 안치홍, 최희섭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회에는 김원섭을 가라앉는 변화구로 내야 플라이로 잡았고, 차일목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볼넷으로 출루시킨 홍재호를 견제사로 잡아내는 기민함을 과시했다. 3회에도 이용규를 범타 처리한 뒤 신종길을 루킹 삼진, 안치홍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후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고, 이렇다 할 위기도 맞이하지 않은 채 7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특히 8개의 삼진 중 스텐딩 삼진이 4개였다. 이 중에는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직구로 잡은 삼진도 포함돼 있었다. KIA 타자들이 유독 멀뚱멀뚱 투구를 보다가 삼진을 많이 당했다. 그만큼 윤성환과 이정식 베터리와의 수 싸움에서 당했다고 보면 된다. 직구(67개)를 가장 많이 던졌고, 커브(13개)를 아끼면서 슬라이더(12개)와 체인지업(10개)의 비중을 높였다. 포크볼도 1개를 던졌다. 이날 결국, 윤성환은 이날 공 103개를 던져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뒤 0-0이던 8회말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를 안지만에게 넘겼다.
결론적으로 류중일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0-0 상황임에도 둘을 7회와 8회 강판시켰고 과감하게 불펜을 운영했다. 결국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지만, 이날 윤석민과 윤성환의 선발 맞대결은 시즌 초반 가장 멋진 투수전이었다.
[최고의 투구를 선사한 KIA 윤석민(왼쪽)과 삼성 윤성환(오른쪽). 사진= 광주 한혁승 기자 han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