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가 되니까. 조심해야지.”
야구 기자들은 삼성 류중일 감독을 대체로 좋아한다. 구김 없고 밝은 성격에 시원시원한 솔직 화법이 돋보인다. 선수단 운영에 대한 정보를 꺼리낌 없이 공개하기도 하고, 유쾌한 농담도 잘한다. 소위 말해 ‘기사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취재원이다.
그런 류 감독도 선수들에 대한 코멘트를 할 때는 신중하다.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물어보면,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얼버무리는 편이다. 더구나 올 시즌 삼성은 예상 외로 시즌 초반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청주 한화전서 타순 대거 변경이 주효하며 4연패를 끊었지만, 지금 삼성은 예상 외로 부진한 선수가 많다. 류 감독도 저조한 팀 성적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류 감독은 예상 밖 연패에 예민해진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일 경기에 앞서 류 감독은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가 되니까, 선수들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기사를 다 보더라고”라며 “특히 경기 후 홍보팀 직원이 내 코멘트를 받으러 오는데, 그 때 말을 잘해야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코멘트를 소상히 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이긴 날에는 “누구 누구 투수가 잘 던졌고, 누구 누구 타자가 잘 쳤다”라는 식이다. 이건 괜찮다. 그러나 문제는 패배하는 날이다. 류 감독은 “어제 두산한테 지고 난 뒤에 ‘투수들이 못 던졌고, 타자들이 3안타밖에 못 쳤는데 으예 이기노’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더라. 안 그래도 힘들어 하는 선수들이 내 말을 다 읽어보는데”라며 감독의 경기 후 발언이 선수들에게 혹여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19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내놓은 말은“오늘 패배가 언젠가 약이 될 것이다. 내일은 연패를 꼭 끊겠다”였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언가 희망찬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졌는데 선수들이 못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감독이 희망적인 말을 하면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 같았다”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때마침 SBS ESPN 윤석환 해설위원이 덕아웃으로 찾아와 류 감독의 말에 동조를 했다. “맞아요. 감독이나 코치의 코멘트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선수들이 다 읽어보거든요. 류 감독님은 선수에 대한 얘기를 할 때 항상 신중하게 말씀을 하더라고요”라며 류 감독을 치켜세웠다. 윤 위원 역시 언론에 하는 감독의 말이 선수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동조했다. 특히 연패를 당하면 감독만큼이나 선수들도 예민해지기에, 류 감독과 윤 위원의 말은 일리가 있다.
예전 일부 감독들은 특정 선수를 자극하기 위해서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4연패 속에서도 선수들을 그저 믿고 지켜보며 마음껏 뛰게 배려를 하는 스타일답게, 신문과 인터넷에 실리는 자신의 말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예민해진 선수들에게 혹여 상처가 되진 않을까 고심했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연패했을 때 죽는 소리 하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게 낫다”라는 류 감독이다.
19일 잠실 두산전 패배 후“오늘 패배가 언젠가 약이 될 것이다”라는 류 감독의 희망찬 메시지가 삼성 선수들에게 진짜로 약이 됐을까. 삼성은 20일 청주 한화전서 그렇게도 터지지 않던 타선이 거짓말같이 터지며 완승을 거뒀다.
[4연패를 탈출한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