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야 타구가 뜬다.
오릭스 이대호가 드디어 첫 홈런을 쳤다. 이대호는 21일 니혼햄전서 왼손 선발 다케다 마사루에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렸다. 다케다는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집어넣는 제구력이 정확하기로 평가받는 에이스다. 이런 다케다에게 이대호는 풀카운트에서 몸쪽으로 휘어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대호의 홈런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호는 지난 19일 소프트뱅크전서 5타수 3안타 4타점 속 2루타를 2개나 뽑아냈다. 15경기만에 처음으로 2루타를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1회 2루타는 좌측 선상을 타고 흐른 것이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우중간을 제대로 가른 것이었다. 20일에도 무안타로 그쳤지만 타구 4개 중 3개가 외야 뜬공이었다. 퍼시픽리그 5팀과 한 차례씩 3연전을 가진 뒤 다시 개막전 상대였던 소프트뱅크를 만나자마자 타구가 뜨고 있는 것이다. 한바퀴를 도니, 감이 잡힌 듯하다.
▲ 살 빠져서 장타력 저하? NO, 자기 스윙 유지하고 있다
이대호가 개막 후 외야로 타구가 뻗지 않자 두산 김진욱 감독은 “대호가 살이 빠져서 홈런이 안 나오는 것 같다”라고 우려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대호는 오릭스 입단 이후 체중을 10kg 정도 감량했다. 사실 체중 감량이 지나칠 경우 파워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이대호의 몸무게는 100kg을 훌쩍 넘지만, 실제로 보통 그 정도의 사람보다 근육량도 훨씬 많은 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대호가 살을 빼면서 근력도 저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이대호는 최근 연이어 큰 타구를 생산하면서 파워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과시하고 있다. 여전히 일본 정상급 투수의 예리한 변화구에 고전하고 있지만, 쉽게 말려들지 않고 있고 있다. 17경기서 당한 삼진이 겨우 8개다.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 등 선배 타자들보다 첫 홈런 개시일은 늦었지만, 유인구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윙을 하는 가운데 결국 홈런을 뽑아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답답할지 몰라도, 이대호는 분명 잘하고 있다.
▲ 2라운드 본격 시작
이대호는 이제 퍼시픽리그 대부분 투수를 한 차례 상대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대호가 상대 극심한 견제 속 감을 잡고 장타를 가동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일본 투수들도 이대호 가만히 놓아둘 리 없다. 일본 투수들의 장군에 이대호가 멍군을 외쳤으니, 일본 투수가 다시 한번 장을 치기 위해 공세를 준비할 타이밍이다. 더구나 일본야구는 현미경야구다. 한국의 전력분석과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가 각 구단에 쥐어질 것이다. 이제 이대호는 또 다른 싸움에 돌입했다.
일본 특급 투수들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이 확실히 한국 투수들보다 한 수위다. 이대호에게 몸쪽 승부를 하고 있지만, 어차피 매번 몸쪽으로 집어넣지는 못한다고 볼 때, 다음 차례는 결국 더욱 예리한 변화구와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투수뿐 아니라 일본 외야수들도 정교한 수비 시프트를 통해 이대호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 뜬공이 나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외야 타구 방향과 질에 대한 데이터도 쌓이기 때문이다.
17경기만에 첫 홈런을 가동한 이대호, 타율은 2할 5푼도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지도 않았다. 이렇게만 가면 된다. 장타를 생산하면서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타율도 올라갈 것이고, 홈런도 또박또박 나올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2라운드 승부에서 이대호의 올 시즌 농사 결과를 진짜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첫 홈런을 가동한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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