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 3승 평균자책점 1.53.
모두 이대호보다 장원준의 공백이 커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무시무시한 성적을 보여준 좌완 용병이 장원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롯데 쉐인 유먼이 4월 한달 찬란한 성적표를 받아 들며 한국 무대 성공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29일 부산 LG전서는 9이닝동안 단 103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1994년 6월 17일 대구 삼성전과 같은해 9월 23일 대전 해태전서 정민철이 기록한 이후 선수로는 2번째이며, 용병 신분으로는 최초다.
▲ 감췄다 던지는 팔 스윙이 최대 무기
당초 유먼은 특A급 용병으로 평가 받지는 못했다. 용병 투수가 16명이나 들어와 시선이 분산된 것도 있었고 롯데의 경우 지난 2년간 검증을 끝낸 라이언 사도스키가 송승준과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해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 에이스는 유먼이다. 4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꾸준한 피칭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최대한 팔을 감췄다가 나오는 독특한 스윙 덕분이다.
과거 구대성이나 전성기 노모의 경우 상체를 완벽하게 비틀어 2루 쪽으로 향했다가 갑작스럽게 타자 쪽으로 향하면서 투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했었다. 유먼은 이들처럼 상체를 꼬지는 않는다. 하지만, 와인드업 후 왼손의 위치가 왼쪽 다리보다 약간 뒤로 갔다가 나오는 느낌이 강하다. 보통 타자의 경우 투수가 와인드업을 위해 디딤발을 뒤로 뺄 때 속으로 “하나, 둘, 셋”의 방식으로 타격 타이밍을 잡고 친다. 하지만, 유먼은 반박자 정도는 늦다는 평가다. 즉, 타자 입장에서는 “하나, 두울, 셋” 정도를 하고 쳐야 대략 타이밍이 맞는다. 고작 반박자라고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타격폼과 리듬을 지키면서 투구에 대응해야 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28일 부산 LG전서 유먼은 103개의 투구 중 직구를 무려 70개나 던졌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147km에서 140km까지 구속을 잘 조절했지만, 폼 자체가 독특하다 보니 경기 내내 직구에도 옳게 대응하지 못해 숱한 땅볼을 쳤다. 그것도 LG 타자들은 올 시즌 유먼을 두 번째로 상대한 것임에도 이 정도였다. 물론 차후 각 구단의 분석이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각 구단 타자들이 유먼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는 걸 상당히 어려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제구력도 수준급이다. 유먼의 최고 무기는 서클 체인지업이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타자의 무릎 높이로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절묘하게 걸치는 체인지업은 아무도 못 칠 정도다. 28일 경기서 최고 구속 134km의 체인지업을 직구와 섞으니 LG 타자들이 당최 칠 방법을 몰랐다. 직구에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데 구속과 구종으로도 혼란을 주니 그럴 만도 했다.
▲ 롯데 최고 좌완 용병 반열 노린다
롯데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투수 용병을 생각해보자. 선발로 좋은 성적을 올린 이는 2000년 10승을 올린 에밀리아노 기론을 비롯해 2010년 10승, 2011년 11승을 올렸던 라이언 사도스키 정도다. 과거 롯데는 전형적으로 타선과 마무리가 약했기 때문에 용병을 주로 타자와 마무리로 뽑아왔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우완이다. 마이크 길포일, 대니얼 메기 정도를 제외하곤 좌완 투수 자체가 안 보인다. 그나마 길포일은 1999년 마무리로 쓰려다 6경기만에 방출 당했고, 2002년 대니얼 메기는 큰 키와 빠른 볼을 갖고 있었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아 결국 SK로 트레이드가 됐다.
이런 가운데 롯데가 올 시즌 유먼을 영입했다. 유먼은 200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더블 A에서 마이너리거로 출발한 뒤 2006년 9월 확장엔트리 때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후 2008년 6월 필라델피아에서 방출된 그는 지난해에는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0.66, 대만에서도 7경기서 평균자책점 2.15,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도 5승 1패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했다. 빅리그는 아니지만 특히 도미니카 리그는 전통적으로 타자들의 수준이 높은 리그라는 걸 감안하면 유먼의 0점 대 평균자책점은 절대 간과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 실제 국내 들어와서도 볼넷이 단 4개뿐이었고, 피안타율이 0.171이며 유주자시 피안타율은 0.139로 더 내려갔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그것도 강속구에다 변화구 제구력까지 받쳐주는 투수를 롯데가 제대로 영입한 듯하다. 국내 각 구단의 전력분석 수준이 만만찮아 4월 성적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지금 페이스로는 롯데 역대 최고 좌완 투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잘 나가는 유먼.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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