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는 지난 겨울 조인성(SK)을 잃으며 안방에 큰 구멍이 생겼다. 지난해 8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포수 조윤준을 지명한 것은 마치 선견지명이라도 된 듯했다. 그만큼 조인성의 빈 자리는 컸다.
시즌 전 조인성이 떠난 자리를 두고 여러 선수가 경합했다. 조인성이 있을 때부터 가능성을 보여준 김태군이나 촉망받는 유망주 조윤준의 주전 가능성이 먼저 제기됐다. 그러다 시범경기를 전후로 고졸 2년차 유강남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베테랑 포수 심광호는 주전 자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심광호가 마스크를 쓰는 날이 늘어났다. 김기태 감독이 이야기한대로 시즌 초반에는 경험이 많은 심광호가 마스크를 썼다. 벤자민 주키치가 선발로 나선 개막전도 홈플레이트는 심광호의 차지였다. 이후에도 꾸준히 LG의 안방을 지킨 심광호에게 이제는 주전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심광호는 2일 잠실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LG의 젊은 투수들을 이끌며 팀의 6-2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거머쥔 최성훈은 "심광호 선배님의 싸인대로 던졌고, 리드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심광호는 늘 상대 타자들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리드한다. LG 투수들이 승리를 따낼 때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심광호에게 공을 돌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1일 잠실 한화전에서 3승째를 올린 주키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주키치는 2점 가운데 1점을 3루에 주자를 두고 폭투를 범하며 내줬다. 경기가 끝난 뒤 주키치는 "(폭투는)포수 탓이 아니라 순전히 내 탓이다"라고 했다. 투수들의 잘못을 모두 떠안으려는 심광호를 배려한 말이었다.
심광호는 늘 웃는 얼굴로 "투수들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매니큐어다. 투수들이 싸인을 보기 힘들다고 하자 심광호는 하얀색 매니큐어를 사서 손톱에 바르고 있다.
심광호는 "(유)강남이도 같이 사서 서로 발라줬다. 강남이가 좀 서투르더라. 혼자 할때는 힘들었는데 서로 발라주니 쉬웠다"며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기할 때 외에는)숨기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는 "이건 포수만 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일이다"며 진지하게 답했다. 투수들을 향한 진심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시즌 초 많은 이들이 언급했던 LG의 안방 공백은 이제 무색해졌다. 오히려 새로운 안방마님 심광호가 보여주는 '배려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선발투수들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호투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승우, 최성훈에 이은 다음 깜짝호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2일 경기에서 최성훈(오른쪽)을 다독이는 심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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