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스테리다. 왜 2-2 동점에서 오승환이 등판했을까.
10일 부산 삼성전. 삼성은 롯데와 연장전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하나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마무리 오승환의 12회 등판이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세이브는 당연히 주어지지 않았다. 리드 시점에서 등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히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던 오승환이 왜 12회에 등판한 것일까.
▲ 불펜 철저한 분업화, 세이브 상황 아니면 잘 안 나온다
보통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는 걸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그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임 선동열 감독 시절부터 오승환은 동점 상황에서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더니 2009~2010년 어깨, 팔꿈치 통증 및 수술로 고생한 이후 좀처럼 동점 상황이나 뒤지는 상황에 나오지 않았다.
부상 이력을 감안한 선 전 감독은 오승환의 등판 시점을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잡지 않았다. 등판 간격이 아주 길어졌을 때 한 번씩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 나와서 가볍게 몸 상태를 점검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삼성이 워낙 박빙 승부로 이기는 경기를 자주했던 통에 보기 쉬운 케이스는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어지간하면 오승환을 경기 종반 동점 상황에서 투입하지 않는다. 또한 굳이 오승환이 나오지 않더라도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 등이 위기 상황에서 잘 막아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만큼 불펜 분업화가 잘 된 팀도 드물다.
▲ 롯데 트라우마 극복한다
이런 가운데 오승환이 10일 부산 롯데전서 12회에 등판한 건 분명한 사건이었다.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고, 더구나 3일 연속 등판이었다. 분명 3일 연투는 몸에 무리가 간다. 그러나 오승환의 몸 상태는 이제 2005~2006년 시절만큼 좋다. 여기에 오승환이 이날 전까지 올 시즌 롯데전서 3⅔이닝 7실점을 하는 등 유독 롯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약점을 극복할 필요도 있었다.
오승환은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더 신중하게 던진다. 그러나 롯데 타자들을 특별하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다른 패턴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하던 대로 할 뿐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내심 롯데를 상대로 데뷔 최다 6실점하며 구긴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표정은 분명히 보였다.
결과적으로 3경기 연투하면서 롯데 타자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3경기서 3이닝 2피안타 1실점했다. 8일 경기서 김주찬과 전준우에게 2루타를 맞아 1실점한 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은 여전히 오승환에게 강했다. 8일 경기서 2루타 2개는 모두 사직구장 중앙 펜스 부근으로 가는 타구였다. 특히 전준우의 가운데 담장 직격 2루타는 사직, 잠실이 아니었다면 홈런이 될 수도 있었던 타구였다. 3일 연투한 탓인지 10일 경기서도 연이어 큰 타구 2개를 내줬다.
하지만 오승환은 롯데 트라우마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있다. 연속 세이브와 무실점이라는 것 자체가 오승환에게 향후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승환은 “그저 어느 팀이든 나의 볼을 던지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내 스스로 던질 때 직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롯데 타선과 오승환의 향후 만남이 기대된다. 오승환은 직구로 승부한다고 했고, 롯데 타자들은 8개구단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팀답게 만날 때마다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칠 것이다.
▲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이었다
오승환의 등판 이유는 현실적인 면도 있었다. 삼성은 롯데에 이미 2승을 거둬 위닝시리즈를 확정했지만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도 연승 좀 해야 될 거 아이가”라며 쇠뿔도 단김에 내치는 심정으로 내심 주중 롯데 원정 3연전 스윕을 노렸었다. 또한 박빙 승부에서 패할 경우 하위권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됐고, 오승환의 등판으로 승리를 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유리한 고지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류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패배보다는 당연히 무승부가 낫다. 물론 권혁이 1군에서 말소된 가운데 추가로 그 상황에서 불펜 등판할 자원도 마땅치 않았다. 비록 무승부로 마무리가 됐지만 오승환의 롯데전 3연투는 의미가 컸다.
[12회에 등판한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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