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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채태인? 내 마음을 으예 알겠노.”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6일 채태인의 대구 한화전 실책사건 이후 채태인을 애가 끓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류 감독은 1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채태인이 동료들의 타격 훈련 때 베팅볼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치, 밥값이라도 해야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글로 담지 못하는 약간의 욕을 섞어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이내 류 감독은 “내 마음을 으예 알겠노”라고 한탄을 쏟아냈다.
▲ 류중일 감독의 한탄 “내 마음을 으예 알겠노”
채태인의 실책 사건도 어느덧 1주일이 흘렀다. 사건 이후 채태인은 선발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꼬박꼬박 대타 출장 기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채태인은 대타로 나서 류 감독이 원하는 시원한 한방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 피 말리는 연장 접전을 치렀던 10일 부산 롯데전도, 오랜만에 안타를 펑펑 때려 신났던 11일 잠실 LG전도, 경기 막판 1점이 필요했던 12일 잠실 LG전서도 채태인의 한방은 나오지 않았다.
채태인의 사건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2군에 보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채태인을 계속 1군에 데리고 있다. 대신 주전에서는 제외했다. 당시 실책에 대한 질책의 의미라기보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대타 기회를 살려 스스로 주전 자리를 되찾으라는 복합적인 의미가 강하다.
류 감독은 “대타로 기회를 줄 때 시원하게 한 방 쳐주면 얼마나 좋노. 기회를 주는 데도 못친데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내 마음을 으예 알겠노”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사실 류 감독은 누구보다도 채태인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네티즌들의 어마어마한 질타 속에서도 채태인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류 감독은 채태인이 대타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줄 경우 곧바로 주전 1루수로 복귀시킬 가능성이 크다.
▲ 말 없는 채태인, 베팅볼을 던지다
사건 이후, 채태인은 풀이 죽어 있다. 사실 그런 실책을 범하고도 희희낙락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요즘 채태인의 큰 두 눈은 그야말로 애처로운 눈이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나오는 건 한숨이다. 경기 전 연습은 열심히 하는데, 표정은 어둡다. 누구보다도 기자들에게 씩씩하게 인사하던 채태인의 목소리엔 요즘 힘이 없다.
대신, 채태인은 팀에 톡톡히 봉사를 하고 있다. 사건 이후 채태인은 거의 매일 베팅볼 투수를 자청하고 있다. 이날 경기 전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LG 선발도 장신의 좌완 벤자민 주키치. 채태인도 키가 꽤 크다. 채태인은 주키치의 폼을 최대한 흉내내며 성심 성의껏 베팅볼을 던졌다. 물론 베팅볼을 던지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기자는 그런 채태인에게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지만, 지금은 참고 기다려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른 기자들도 대부분 그런 분위기다. 채태인이 스스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건,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 경기 전 베팅볼을 던지고, 손수 장비 정리에 나서는 그의 모습에서는 사건 이후 팀에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가득한지 묻어나 있었다. 삼성 관계자도 “태인이의 마음 고생이 심하다”라고 귀띔했다.
류 감독의 “내 마음을 으예 알겠노.”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채태인은 류 감독 뿐아니라, 팬들의 마음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대타로 나서 시원한 한 방을 때리고 실력으로 당당히 주전 1루수를 되찾는 것이다.
[상념에 잠긴 채태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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