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지난 17일 개봉한 '돈의 맛'은 그의 전작 '하녀'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에서 은이(전도연)를 통해 돈으로 나뉘어진 천박한 계급사회에서 나오는 희생양을 말했다. '돈의 맛'은 그런 '하녀'의 확대 버전이라고나 할까. 희생자들과 가해자들의 관계는 더욱 다양해지면서 복잡해졌고, 그 속의 심리묘사는 더욱 풍성해졌다.
또 주인공 나미(김효진)를 통해 '하녀'와 연결고리도 만들었으며,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하녀'를 보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렇게 '돈의 맛'에서 '하녀'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가 '하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임상수 감독은 대놓고 드러낸다.
임상수 감독은 최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하녀'에 대한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하녀'는 은유적인 영화로, 상징적으로 우리 모두가 하녀라고 이야기 하고자 했었다"며 "그런데 대중들은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중들이 은이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못했던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한 번 해 볼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녀' 때 유머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웠다. 그러나 작품 내용이 그러기가 힘들었고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워낙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동안의 작품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머를 끌어내려고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두 작품 연속 '돈'에 대한 이야기를 까발린 임상수 감독은 본인 역시도 돈으로 모욕감을 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긍정했다.
"모욕? 매 작품할 때마다 뼈저리게 느낀다. 투자자한테 돈을 받아내야 할 때가 그 순간이다(웃음). 돈은 워낙 모욕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영화는 돈 몇십억이 들다보니."
아이러니다. 그는 '돈의 맛'으로 돈으로 인해 모욕감을 당하는 이들을 폭로했지만, 사실 영화라는 예술 자체가 돈과 순수한 예술성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속성을 지녔으니. 그가 두 번이나 말하고자 했던 돈으로 인한 지긋지긋한 모욕감은 어쩌면 그 자신이 가장 강하게 느꼈을 지도 모른다.
돈으로 인한 모욕감에 더해, 임상수 감독이 늘 전방에서 싸워야하는 또 다른 것은 대중의 욕구다. 대중은 언제나 더 센 것, 더 강한 것을 원하기에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창작자는 늘 고통받기 마련이다. '하녀'에서의 수위 강한 정사신에 이어 '돈의 맛'에서도 개봉 초반 정사신이 마케팅 전면에 있었다. 65세 백윤식과 윤여정도 예외 없었으며, 김강우와 김효진의 정사신도 궁금증을 모았다.
"마케팅 차원에서 기대치를 높였지만, 임상수 영화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쓸데없이 많이 벗고 왔다갔다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름 칸느도 가는 영화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파티 신이나 마사지 신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아, 대중은 언제나 더더더더 원한다. '글래디에이터'에 러셀 크로우가 '더 원해'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건 그 감독의 심정이고 또 내 심정이다. 더 잔인한, 더 벗은, 더 호쾌한, 괴롭다.(웃음)"
괴롭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돈의 맛'을 보내기도 전에 차기작 계획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이야기는 심상치 않다. "필리핀 여가수가 한국에 연예비자로 들어왔다 인신매매단과 연결이 돼 매춘에 빠진다. 그러다 탈영한 미군병사를 만나게 되고 살인 사건에도 휘말린다. 여기에 물론 한국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끼어들게 되겠지. 수사가 시작되면서 미국대사관도 등장하게 되고. 흠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싶다."
[임상수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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