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많이 좋아했어요. 재신이를"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는 끝났지만, 배우 이윤지는 여전히 이재신으로 남아 있었다. 이재신의 얼굴을 한 채 이재신의 삶과 이재신의 사랑 은시경을 얘기하던 이윤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재신이 저고, 저의 과정이고, 지난 4개월을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어요"
이재신을 말할 때의 표정과 목소리는 밝았다가도 금새 진지해졌다. 그리고 이윤지는 체격이 조금 야윈 듯 했다. 이재신으로 4개월을 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재신은 '더킹 투하츠'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이었다.
왕족답지 않게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꿈꿨지만 김봉구의 음모에 휘말렸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재신이 잃은 건 다리가 아닌 자유였다. 그리고 오빠 이재강의 죽음에 자신이 얽혀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재신의 자아도 절벽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자유에 이어 가족의 상실을 겪었다.
비극의 정점은 사랑하는 남자 은시경이었다. 어렵게 확인한 마음만 있었을 뿐 이재신에게 되돌아온 소식은 은시경의 죽음이었다. 이재신은 자유, 가족, 사랑 모든 것을 잃게 된 불행한 여자였다.
"많이 아쉬워요.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 농담으로 '번외편을 찍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진담이기도 해요. 아쉬운 만큼 힘든 것도 많아요. '그렇게 사람을 보내놓고 나는 어떡하지'란 생각도 하고. 사실 떠난 사람도 힘들지만 남은 사람도 힘들잖아요"
이윤지의 기억 속 은시경은 구체적인 한 순간이었다. "은시경씨 눈에는 마치 제가 부서질까 걱정하는 눈이 있어요. 큐 사인만 들어가면 그 눈이 있어요. 부서질 것 같은, 새장 속 앵무새처럼 저를 쳐다봐요"
"그에게 이제서야 '정석 오빠' 하고 이름이 잘 나오지만 그는 현장에선 정말 은시경이었어요. 다른 이름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저한테 은시경과 조정석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어요. '조정석이 연기한 은시경'이란 건 이윤지로서는 알겠는데, 제가 이재신으로 만났을 때의 은시경은 그냥 은시경이었지 '조정석이 연기한 은시경'까지는 생각나지 못할 정도였어요"
이재신으로 남아있는 이윤지의 눈에 아직도 자신을 가엽게 바라보던 은시경이 담겨 있었다. 이윤지는 은시경이었던 조정석을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오빠, 물론 앞으로 최고의 파트너가 또 나타날 수는 있지만 어쨌든 지금까진 그랬다는 얘기예요. 전제가 있지만 최고의 파트너'라고.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 어떤 배우들을 만나서 같이 연기를 하더라도 그를 그렇게 꼽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윤지와 조정석은 연기를 함에 있어 '계산'이 없었다고 한다. "'은신커플'이 사랑 받은 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신 만큼은 '이렇게 하면 좀 더 슬퍼 보일까?' 혹은 '이렇게 하면 예뻐 보일까?' 이런 계산을 생각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 대본 속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방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어요"
"저도 많이 들었어요. '너 조정석과 사귄다며?' 주위에서 그렇게 많이 물어봐요. 혹은 '정말 사귀면 좋겠다'라고도 말씀하시는데, 전 배우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제가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로 사랑하는 신을 연출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사귀는 거 아니야?'를 넘어서 '사귄다며?'까지 만들 수 있는 건, 제가 너무 큰 걸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칭찬이랄까요"
이재신은 가장 불행한 여자였지만, 아마 이윤지가 이재신을 만난 건 스스로에게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윤지의 머리 색은 여전히 이재신의 것처럼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배우 이윤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