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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글쎄요, 저희도 잘 모르겠네요.”
WKBL 직원이 신세계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세계 여자프로농구단 해체가 어느덧 2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지금 WKBL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WKBL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5개 구단 단장과 김원길 총재가 만나 신세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이사회를 마친 후 김 총재는 취재진들에게 "오늘 부로 사퇴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9년 WKBL 제2대 총재로 취임한 김원길 전 총재는 프로스포츠 단체장 가운데 가장 오래 재임했다. 4번이나 연임하며 13년간 WKBL 총재를 맡았었다. 재임 기간이 2014년까지인 김 총재는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사임할 가능성이 점쳐졌던 가운데 신세계가 지난 4월 13일에 해체를 선언하면서 퇴임하지 못하고 인수 기업을 찾는데 매진해왔었다.
당시 김 전 총재는 “신세계 인수 희망 기업이 2~3군데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1일 이사회에서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퇴임을 선언했다. 김 전 총재는 퇴임한 이후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재 자리에 있을 때도 하지 못한 일을 총재서 물러난 후 성사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WKBL은 별다른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신세계 해체 이후 몇 차례 나머지 5개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5개 구단 체제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을 모은 뒤 신세계 인수 작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WKBL과 5개 구단 공조 체제로 신세계 선수들을 차기 시즌에 참가시키겠다는 계획만 내놓았다. 그리고 31일 이사회에서 구체화된 것은 2달가량 신세계 측에 선수들 숙소 지원을 연장 요청하고, 5개 구단이 운영비를 갹출해 신세계 선수들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2개월이라는 시간을 연장한 것밖에 없다. 신세계 측은 당초 선수들에게 2개월 정도 더 숙소와 연습 체육관 지원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사회에서 김일구 기획팀장이 사무국장 대행을 맡기로 결정했지만, 김 전 총재 공백으로 KBL의 업무 추진력이 떨어질 것은 불가피하다. WKBL의 신세계 사태 해결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WKBL은 5개 구단과 연맹의 공조 체제로 운영비를 갹출해 차기 시즌 신세계를 리그에 참가시킬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사회에선 신세계의 인수를 시도하기 전까지 향후 2달간 구단들이 운영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5개 구단과 WKBL이 2012-2013시즌 신세계 선수들의 리그 참가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건 쉽지 않다.
여자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여자농구 한 구단의 시즌 운영비가 4~50억이다. 그걸 1년 내내 지원할 구단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이어 “여자농구 5개 구단은 모두 금융권이다. 모든 계열사가 돈을 벌어 온다. 하지만, 여자 농구단은 오로지 지출만 있다”라고 말했다. 구단 운영비에 관해선 모기업이 결정하는데 5개 구단이 5분의 1로 나눠서 신세계 선수들에게 지원을 한는 것은 어렵다.
WKBL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총재로 영입한다고 해도 차기 시즌 전까지 신세계 인수 기업을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5개 구단의 차기 시즌 공동 운영도 결국 미봉책이다.
WKBL은 김 총재의 사퇴 공백을 기존 5개 구단 단장 중 1명에게 총재 직무대행을 맡겨 메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실제 31일 이사회에서 WKBL과 각 구단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농구 관계자는“어느 구단 단장이 WKBL 임시 총재를 하려고 하겠나.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서야 할 의무도 없다. WKBL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단장들이 자기 구단 살림에 신경 쓸 시간도 없는데 임시 총재로서 다른 기업과 접촉이라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신세계 선수들 운영비 각출에 두 팔이라도 뻗고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원하는 것인가. 결국, 자신들이 초래한 일에 대한 해결을 남에게 미루는 꼴이다. 김 전 총재의 "3~4개 인수 희망 기업이 있다"는 말은 공수표가 됐다.
WKBL은 신세계 인수작업을 위한 2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신세계 해체 사태 결론과 총재 대행 임명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차기 시즌 운영 방안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러난 김원길 총재(위). 신세계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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