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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영화 '완득이'. 출연한 작품마다 굵은 존재감을 안긴 배우 유아인(26). 그는 지난달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극본 이선미 김기호 연출 이명우)에서 성공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젊은 CEO 강영걸 역으로 열연했다.
최근 서울 중구 남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천상배우였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어쩌면 강영걸이 그가 지금까지 맡아온 배역 중 가장 유아인다운 역할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패션왕'에서 강영걸은 죽었다. 부와 명예를 이루고 털모피를 몸에 두른 채 수영장에서 사랑을 쫓다 총에 맞아 죽었다. 총성소리는 유아인이 꿈꿨던 성공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게 했다. "강영걸 다웠다" "허무했다"는 등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패션왕'. 열린 결말은 당사자 유아인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결말부분은 초반 미국에서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에 영걸의 허무한 죽음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긍정적, 부정적 반응을 떠나서 제 스스로 동의했던 부분이죠. 물론 허무하고 허탈하지만 배우로서 충분히 이해했어요. 돌고 도는 욕망이 허무한 최후로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패션왕'을 첫회부터 챙겨본 열혈 시청자일수록 결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일각에서는 실망감까지 표시했다. 그만큼 때 아닌(?) 영걸의 죽음은 한 평생 찌질하게 살다간 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극했다. 유아인은 결말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주인공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범인이 누군지는 생각 안했어요. 실제 영걸도 모르니까요. '패션왕' 결말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는데 열린 결말, 부정적 결말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지는 것 같아요. 저는 동화같은 엔딩이 오히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맞는 엔딩이 영걸에게 더 어울리지 않나요? 세속적 욕망을 쫓던 영걸이 갑자기 행복해진다면 더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줏대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어차피 영걸은 죽는데 멋있는 척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흔들려서 작품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았어요. 무엇보다 저는 결말을 보고 '패션왕' 출연을 결심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극중 영걸은 가영(신세경)에 대한 애틋하고도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또 도도한 패션 디자이어 안나(권유리)에게도 매력을 느낀다. 각종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멜로라인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일관성 없는 멜로연기라는 평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아인에게서 그 이유를 들어봤다.
"영걸이도 감정이 있으니 로맨스를 이룰 수 있지만 그는 그것이 사랑인 것조차 몰랐어요. 영걸에게는 성공이 첫 번째고 사랑 두 번째였죠. 한마디로 사랑에 서툰 미숙아였어요. 제가 그간 맡은 역할들이 다 사랑에 서툰 역할이었는데 영걸이는 유독 심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어서 사람마저 그 욕망에 대한 소유욕으로 변질시켜 버렸죠. 가영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소유욕처럼 되어버린 순간들도 있었어요. 지금도 감정적 사랑인지 이성적 사랑인지 잘 구분이 안되요"
[유아인. 사진 = 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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