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는 공 1개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공 1개만 던지고 승리를 따낸 투수는 지난해까지 단 9명이었다. 지난 5월 3일 목동 넥센전서 롯데 최대성이 10번째로 1구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지난 7일 광주 삼성전서 KIA 진해수가 공 1개를 던지고 승리를 따낸 11번째 투수가 됐다.
▲ 어떻게 1개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나
진해수는 3-3 동점이던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지훈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 최형우를 상대로 초구에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8회말 타자들이 2점을 추가했고, 9회초 시작과 함께 곧바로 마무리 한기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기주는 1실점했지만, KIA는 5-4로 승리했다.
구원 투수의 가장 중요한 승리 요건은 팀이 리드를 잡을 때 효과적으로 던지면서 그 리드가 경기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 결국 최종 리드 시점이 중요한데, 진해수가 바로 여기에 해당됐다. 진해수는 달랑 공 1개를 던져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승리투수가 됐다.
물론 진해수보다 좀 더 효과적인 투구를 한 구원 투수가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기록원이 그 투수에게 승리를 부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해수에 앞서 등판한 박지훈은 2⅔이닝을 던졌지만, 2실점을 하며 리드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박지훈보다 앞서 등판한 유동훈도 3이닝 무실점했지만 박지훈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대략 이러한 상황과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공 1개를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1989년 4월 14일 부산 OB전서 롯데 김시진은 무려 219개의 공을 던지고서야 승리투수가 됐다. 이는 역대 한 경기 최다 투구수 승리다. 결국 최근 공 1개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최대성과 진해수는 짜릿한 행운의 선물을 받은 것과 같다.
이론상으로는 공을 하나도 던지지 않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구원투수가 루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등판해 타자에게 초구를 던지기 전 주자를 견제구로 아웃 처리하면서 이닝을 끝내고, 타자들이 돌아선 공격에서 리드 점수를 뽑고 다음 이닝 시작과 동시에 다른 투수로 교체된 뒤 경기 끝까지 팀의 리드가 유지된다면 가능하다. 구원투수는 최소 1타자를 상대해야 교체될 수 있지만 공수교대가 된다면 다음 이닝에 계속 던질 의무는 없다. 물론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 아직 국내에선 그 주인공이 나오지 않았다.
▲ 1개 던지고 웃고 운 투수들
프로통산 최초의 1구 승리 투수는 1990년 7월 26일 마산 빙그레전에 등판한 롯데 김청수였다. 이후 10년간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다가 2000년 6월 14일 잠실 삼성전서 LG 류택현이 두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후 2004년 10월 4일 수원 KIA전서 현대 조용준, 2006년 9월 18일 대전 롯데전서 한화 구대성, 2007년 6월 19일 수원 두산전서 현대 이현승, 2008년 9월 12일 목동 LG전서 우리 송신영, 2009년 4월 4일 사직 우리전서 롯데 이정민, 2009년 5월 6일 대전 한화전서 삼성 최원제, 2010년 7월 9일 잠실 두산전서 LG 이동현에 이어 2011년에는 주인공이 없었다. 그리고 5월 3일 목동 넥센전서 롯데 최대성에 이어 이날 진해수가 프로야구 통산 11번째 1구 승리투수가 됐다. 아직 1구 승리투수가 2번이나 된 엄청난 행운아는 없었다.
그러나 1구만을 던지고 패전을 떠안은 경우도 9차례나 있었다. 불운의 주인공은 7명. 류택현이 2000년 5월 25일 광주 해태전에 이어 7년 뒤인 2007년 5월 1일 잠실 현대전서 두 번이나 운 없는 사나이가 됐다. 류택현은 공 1개만 던져 1승 2패를 거둔 투수다. 롯데 강영식도 2008년 5월 7일 부산 한화전과 2010년 9월 7일 부산 넥센전서 연이어 1구 패전투수가 됐다.
프로통산 최초의 1구 패전투수는 1996년 5월 3일 잠실 LG전에 등판한 OB 김경원이었다. 이어 1998년 7월 29일 마산 롯데전서 LG 김기범, 1999년 5월 22일 전주 쌍방울전서 LG 최창호, 2004년 7월 8일 마산 두산전서 롯데 가득염에 이어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1년 8월 14일 대전 한화전서 두산 김창훈이 1구 패전투수의 불운을 맛봤다. 아무래도 1구 승패 투수는 1타자를 상대하고 곧바로 교체가 되는 원포인트 릴리프가 많은 편이었다.
[1구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KIA 진해수(위). 1구를 던져 1승2패를 기록 중인 LG 류택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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