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최강희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레바논의 밀집수비를 뚫고 월드컵 최종예선 2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김보경(세레소)의 멀티골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쇄기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9일 카타르를 4-1 대파한 한국은 레바논마저 제압하며 2승(승점6점, 7득점 1실점)으로 조 선두를 유지했다. 브라질을 향한 완벽한 출발이다.
레바논전을 앞두고 전술 변화를 예고했던 최강희 감독은 이날 이동국(전북), 이근호(울산) 투톱의 4-4-2(또는 4-4-1-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근호가 이선에서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원톱 보다는 투톱에 가까운 형태였다. 또한 ‘왼발잡이’ 김보경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고 카타르전에 결장했던 염기훈(경찰청), 김정우(전북), 오범석(수원)을 선발로 내보냈다. 생각보다 변화의 폭은 컸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전반 중반까지 한국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이동국은 고립됐고 측면에선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믿었던 기성용(셀틱)마저 전반 19분 부상으로 빠져 나가며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한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레바논을 공략했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밸런스’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기다림은 결국 골로 연결됐다. 중앙에 있던 이근호가 측면에서 찬스를 제공했고 김보경이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이후 흐름은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레바논은 조금씩 라인을 끌어올렸고 한국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3분 레바논이 공격적으로 올라온 사이, 빠른 역습을 통해 넓어진 레바논의 수비벽을 깨트렸다. 염기훈이 절묘한 패스를 찔러줬고 김보경이 침착한 마무리로 레바논의 골망을 재차 흔들었다. 그리고 승기를 잡은 한국은 구자철의 쇄기골로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의 전술 변화는 레바논전 대승의 밑거름이 됐다. 먼저 이근호를 전진시켜 상대 중앙 수비수와의 숫자 싸움을 2대2로 맞췄다. 그로인해 한국의 중원 숫자는 3명에서 2명을 줄었지만 구자철과 김정우만으로 레바논의 미드필더를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김보경의 우측 이동도 좋았다. 이동국과 이근호가 상대 중앙 수비를 유인할 때 김보경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며 틈새를 노렸다.
선제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근호가 좌측면을 파고들 때 레바논 중앙 수비가 따라 붙였다. 이때 이동국도 가까운 쪽 포스트로 이동하며 또 다른 중앙 수비수의 시선을 자신에게 유도했다. 그 사이 김보경은 소리없이 중앙으로 움직였고, 자신의 마크 상대인 레바논의 우측 수비수가 방심한 사이 노마크 상황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다. 두 번째 골도 마찬가지다. 이근호의 움직임이 김보경의 찬스를 만들었다.
최강희 감독은 레바논전을 앞두고 “모험적이지만,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그는 결과를 통해 그 약속을 지켰다. 첫째, 상대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전술 변화를 시도했고 둘째, 레바논의 빠른 역습에 적절히 대비했다. 마지막으론 체력적인 문제로 인한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집중력을 강조했다. 최강희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적중한 셈이다.
[축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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