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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청순미의 대명사, 스튜어디스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만인의 연인 이보영. 참하고 지적이고 단아한 매력으로 배우 10년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보영에게 이미지란 뭘까?
이보영은 소위 말해 '깨는'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 구축돼 있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은 조금 달랐다. 다소 이른 시간 만남에, 얼굴이 붓진 않을까 여배우로서 신경 쓸 법도 하건만 김치찌개를 먹고 왔다며 털털한 면모를 보인 이보영은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내 경계심을 풀고 기분 좋은 에너지로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소 밋밋할 것만 같은 평범한 인생을 살던 이보영이 연예계에 운명적으로 입문하기까지 가장 영향력을 준 이는 바로 '어머니'였다.
"원래 결혼을 빨리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집착이 너무 답답했다. 남동생에 딸이 나 하나여서 그런지 대학 때까지 통금시간이 있었고 이에 졸업하자마자 엄마에게 벗어날 가장 빠른 방법은 시집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엄마 옆에 살고 싶은데 당시는 어린 마음에 밤새 놀고도 싶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후 이보영은 유명 항공사에 합격하고 지상파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 최종 면접 직전까지 가는 등 인생의 방향이 한 쪽으로 정해지는 듯 했지만 틈틈이 연예 관계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이에 어머니와 이모는 행여나 바람들까 싶어 두 달간 이보영을 캐나다로 보냈다. 이보영은 어머니가 못 알아볼 정도로 10kg이나 살을 찌운 채 한국땅을 다시 밟았다.
하지만 운명은 우연히도 예고 없이 자연스레 찾아오는 법. 살도 찌우고 연예계와는 이제 거리를 뒀다고 생각했지만 이보영은 그 후로도 꾸준히 광고 일을 아르바이트로 했고 대학 휴학 후 토익 공부를 하던 어느 날, 한 감독의 제의로 방송을 하게 되면서 연기가 그의 천직이 되는 계기가 됐다.
"언저리에 맴돌다가 가는 느낌은 싫다"
이보영에게 연기자 입문은 그리 거창하지도 의욕적이지도 않은 과정이었다. 이에 욕심이 나지도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라는 대로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야 되는 연예계 생활은 그의 성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보영은 "어느 정도 주체의식이 정립된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해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내게 묻지도 않고 덜컥 드라마나 광고를 계약하는 것도 싫었고 매니저랑도 이 문제로 되게 많이 싸웠다. 3년 정도 다신 드라마를 안 하겠다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에 잠시 쉬기도 했는데 그때 은퇴까지도 생각했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일하기 싫다기 보다 재미가 없었다. 작품 하나를 하면 나이 한 살 먹는게 싫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조차 볼 여유가 없고 무엇보다 내 생활이 자유롭지 않으니까 이렇게 사계절이 바뀌는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촬영 현장에만 있다가 안 행복하게 살아야 되나 싶더라. 내 없어진 일년, 일년을 찾고 싶었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힘들게 찍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안 건드려도 되는 감성을 건드리면 진짜 안 들어도 되는 소리가 다 들린다. 당시 작품을 통해 저는 그런 경험을 했다. 머릿 속에서 싸우는 소리, 꽹과리, 징 소리, 귀신들 소리 등 영화 찍는 한 달 내내 그런 헛소리에 시달렸다. 정신병자 캐릭터였는데 찍는 동안 정말 미칠 뻔 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까 연기자로서 다시는 경험 못할 좋은 감정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저같이 기복없이 살아온 사람에게는 바닥까지 쳐본 경험, 자존심도 되게 많이 상하게 하는 것, 모든 감정을 건드려 예민해지게 만드는 것은 돌이켜보면 내게 좋은 재산이 됐다.지금 생각하면 눈물나지만 마치 군대를 갔다온 것 같은 경험이었다. 이제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 그냥 언저리에 맴돌다가 가는 느낌은 싫다."
이보영은 단아한 이미지로 꾸준히 사랑받은 연기자다. 두드러지게 이미지 변신을 하지 않아도 큰 안티 없이 안정적으로 주연급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또 5년 넘게 동료배우 지성과도 좋은 연인관계를 유지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가지 이미지만 유지한다는 것이 식상할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이미지로 오랫동안 일관된 사랑을 받는 것 또한 쉬운 것은 아니다.
"내 이미지 때문에 계속 정적인 역할만 들어오는 게 싫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미지를 바꾸려고 했던게 MBC '애정만만세'였는데 성급하게 변하려고만 급급했단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변해도 충분히 다양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또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따라올 것들인데 잘 맞는 옷을 굳이 억지로 벗으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내게 그러한 역할을 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직은 조금 더 하고 넘겨줘도 되지 않을까? 호호"
[이보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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