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참으로 두산스러운 주루였다.
29일 잠실구장. 7연승을 내달리며 선두를 질주하는 롯데와 부상 선수가 속출해 100% 전력으로 승부하지 못하는 두산의 만남은 누가 보더라도 롯데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결과는 정반대였다. 두산이 노경은의 호투에 힘입어 완승했고 롯데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두산이 노경은의 호투만 돋보여 승리한 건 아니었다. 이날 두산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은 정수빈과 고영민이었다. 정수빈은 톱타자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고영민은 8번 타순에서 2타수 1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9번 이종욱도 2안타를 곁들였다.
타격 결과보다도 빛난 건 주루 플레이였다. 3회말 두산 공격을 보자. 선두타자 고영민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1루에 출루했다. 이종욱이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고영민은 2루 스타트가 늦었음에도 태그를 피하는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후 고영민의 재치는 계속됐다. 정수빈의 유격수 방면 땅볼 때 타구에 대시하는 롯데 유격수 문규현을 절묘한 스킵 동작으로 시야 방해에 성공했다. 문규현은 정수빈의 타구를 옳게 처리하지 못해 실책을 기록했다. 물론 기록상 실책일 뿐, 실은 고영민의 재치.
계속해서 2사 2,3루 찬스에서는 최준석이 3루 방면 높이 뜬공을 쳤다. 누가 봐도 아웃될 것 같았다. 그러나 롯데 3루수 황재균이 타구를 놓쳤고, 3루주자 고영민은 물론이고 재빨리 스타트한 2루주자 정수빈마저 홈을 밟았다. 2사 후라 타구에 자동 스타트를 한다고 해도 2루주자 정수빈의 주루 센스가 보통이 아니었다.
5회에도 고영민이 선두타자로 등장해 안타를 치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이종욱의 번트로 3루까지 갔고, 정수빈의 좌중간 2루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8회에는 오재원도 1사 1,3루에서 병살타 방지를 위해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만루 찬스에서 후속타 때 홈을 밟았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도루가 68개로 5위에 불과하다. 확실히 과거 활발한 발야구는 잘 안 나온다. 비단 도루 뿐아니라 작은 틈새를 노려 한 베이스 더 진루하는 아기자기한 주루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혹자들은 올 시즌 두산이 성적을 떠나서 고유의 팀 컬러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정수빈과 고영민은 발이 빠르고 재치 있는 플레이를 할 줄 안다. 그 결과 롯데의 8연승을 저지할 수 있었다. 두산스러운 주루, 역시 두산의 필승 조건이다.
[화려한 주루를 선보인 정수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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