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녀의 눈물, 누구도 닦아주지 못했다.
신아람(계룡시청)이 털썩 주저앉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외국 유학을 토대로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심재성 여자펜싱대표팀 코치가 무책임한 심판진에게 의사소통도 해보고, 정식 제소도 했지만, 그녀의 눈물을 나눠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아람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1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연장전서 패배했다. 패배가 아닌 패배였다. 5-5 동점 상황에서 연장전 1초를 남기고 세번의 공격이 오간 뒤에도 1초는 흐르지 않았고, 마지막에 하이데만의 공격이 적중되는 사이에도 1초는 0으로 바뀌지 않았다.
신아람은 펑펑 울었다. 멈출 수 없었다. 4년을 준비한 진실의 땀방울이 단 1초라는 거짓의 눈물로 바뀌었는데, 어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나. 그런데 현장에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디오 판독과 제소 과정을 거치며 약 20분간 현장은 신성한 검들이 부딪히는 아름다운 소리 대신 사람들의 고성, 그리고 신아람의 통곡소리만 들렸다.
결국, 경기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하이데만의 억지 승리 세레모니가 얄미워도 어쩔 수 없었다. 신아람은 3-4위전에 나가야 했다. 이미 진은 다 빠졌다. 결국 4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신아람은 4년의 기다림을 허무하게 끝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현재 펜싱협회는 정식으로 제소를 한 상황이다. 경기 후 1시간 전에는 제소를 할 수 있다. 심재성 코치는 부랴부랴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어차피 경기는 끝났고, 신아람은 4위를 차지했지만, 제소 절차는 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소위원회가 꾸려진 뒤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하이데만의 공격 무효에 이은 신아람의 승리를 뒤늦게라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정중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신아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장의 모든 펜싱관계자들, 나아가 국제펜싱연맹 관계자들은 7월 30일 런던의 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낸 하이데만은 결코 훗날 은메달리스트로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안다. 뭐가 진실인지를, 그리고 신아람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 의미를 안다면, 우린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이여, 7월 30일 밤 런던에서 흘린 신아람의 눈물을 잊지 마세요. 그날 밤 펜싱경기장에선 올림픽을 하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신아람. 사진=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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