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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림픽 정신이 실추됐다.
런던올림픽이 중반을 지나가는 가운데 한국선수단 옥에 티는 단연 배드민턴 여자복식 ‘져주기 파문’이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여자복식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 정경은(KGC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 하정은(대교눈높이)-김민정(전북은행)조는 각각 왕샤올리-위양(중국),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인도네시아)조를 만나 서로 져주기 게임을 했다는 의혹을 샀고, 즉각 청문회를 실시한 국제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실격 처분됐다. 대한체육회(KOC)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지난 2일 오후 KOC는 여자복식 4인방과 여자대표팀 김문수 코치의 AD카드를 회수한 뒤 귀국조치 시켰다.
▲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나
배드민턴은 런던올림픽부터 경기 방식이 바뀌었다. 모든 세부종목에 조별리그 방식이 도입됐다. 남녀, 혼합복식은 모두 16개조가 A~D조에 배분돼 조별리그를 치러 상위 1~2위팀만 8강전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A조에 속한 정경은-김하나조와 왕샤올리-위양조, C조에 속한 하정은-김민정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조 모두 2연승을 한 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됐다. 이미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된 마당에 굳이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다른 조의 경기 상황을 봐서 강호를 피하는, 결선 토너먼트 대진을 유리하게 받기 위한 일종의 ‘조절’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시작은 세계랭킹 1위 왕샤올리-위양조였다. 두 사람은 세계랭킹 2위 텐칭-자우윈레이(중국)조와 결승전 이전 만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2위를 하고 싶은 마음에 정경은-김하나조와의 최종전서 져주기 게임을 했다. 서브를 의도적으로 네트에 맞히고, 상대의 공격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추태를 벌였다. BWF는 이에 정-김조도 동조를 해 같이 져주기 게임을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김조가 A조 1위, 왕샤올리-위양조가 A조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불똥은 C조의 하정은-김민정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조로 튀었다. 최종전서 승리해 조 1위가 될 경우 져주기 게임으로 A조 2위가 된 왕샤올리-위양조를 만나게 되기 때문에 굳이 이길 이유가 없었다. 자연히 져주기 게임이 나왔다.
▲ 실추된 올림픽 정신
BWF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즉각 청문회를 열었고, 해당 4개조를 모두 실격 처분했다. 이에 한국은 즉각 BWF에 이의제기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항소까지 했다가 기각됐다. 한국은 중국의 ‘조절’에 놀아났다고 생각해 억울함을 내비쳤지만, 누가 먼저 시작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현재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BWF의 처분을 지켜보고 있고, BWF는 해당 코치들까지 진상조사를 해 져주기 논란에 대해 근본적인 뿌리를 뽑으려고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태의 진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향후 국내, 국제대회 출전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과거 중국이 국제대회에서 이런 ‘장난’을 쳤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도 할 말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배드민턴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배드민턴은 쿠베르텡의 올림픽정신을 훼손했다.
[정경은-김하나조(위), 하정은-김민정조(아래). 사진 =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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