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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년전의 복수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랑스러웠다.
시계바늘을 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8년 8월 21일.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을 치렀다. 상대는 강호 노르웨이. 누가 봐도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비교 열세였다. 그래도 ‘우생순’ 대표팀은 늘 그랬듯 저력을 보여줬다. 줄곧 고전했지만, 종료 10초 전 28-28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으로 넘어갈 경우 흐름상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는 이상하게 갈렸다. 10초 전 마지막 공격을 시도한 노르웨이는 슛을 시도했고, 종료 버저가 울리면서 거짓말같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후반전 30분이 모두 지난 다음 들어간 골이었다. 느린 그림으로 봐도 노르웨이 선수의 손을 떠난 공이 버저가 울릴 땐 골문 안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당시 임영철 감독(KBS 해설위원)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강력하게 항의해 봤지만 매정한 심판은 그대로 노르웨이의 득점을 인정, 한국을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쳤다.
4년이 흘렀다. 2012년 8월 9일. 런던에서 다시 한번 두 나라가 만났다. 이미 지난 1일 조별예선서 워밍업도 한 차례 마쳤다. 27-27 무승부. 이날 준결승전은 4년 전 억울한 패배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였다. 한국은 4년전에 비해 완전히 세대교체가 된 상황. 언니들의 한을 동생들이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여전히 노르웨이에 뒤졌다. 디펜딩 챔피언 노르웨이는 체격과 체력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완패였다. 노르웨이는 4년 전 오심으로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우승후보라는 걸 입증했다. 결국 복수극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한국은 최선을 다했다. 4년 전 베테랑들이 주축일 때와 비교했을 때 전력도 약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예선서 세계 탑 클래스인 노르웨이,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에 대등하거나 오히려 압도하는 승부를 펼쳤고, 8강전서는 세계랭킹 2위의 러시아를 제압했다. 올림픽 4강이라는 성적은 결국 한국 여자핸드볼 특유의 투지와 사라지지 않은 기술이 어울린 결과였다.
더구나 한국은 올림픽을 통해 세대교체가 된 젊은 선수들이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을 했다. 부상 악몽에 시달린 에이스 김온아의 도중 하차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유은희, 조효비, 권한나, 이은비, 주희 등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다. 또한, 맏언니 김정심과 우선희, 문경하, 김차연 등 베테랑들도 후회없는 승부를 펼쳤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올림픽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스페인-몬테네그로전 패자와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다. 이 경기 결과가 어떻든, 우린 그녀들의 도전에 박수를 쳐줄 준비가 끝났다. 그대로 주저앉을 필요도 없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분명 세계정상급이고, 노르웨이에 복수할 기회는 또 다가올 것이다.
[여자핸드볼대표팀.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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