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야구를 보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타났을 때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삼성은 1-1로 맞선 5회초 선두타자 박한이가 우전 안타로 치고 나갔고 타석엔 이승엽이 들어섰다. 무사 1루 상황이라 해도 올 시즌 20홈런을 달성하며 거포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엽이라면 강공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벤자민 주키치의 초구에 방망이를 갔다 대며 기습 번트를 장전했다. 번트를 댄 타구는 주키치 앞으로 굴러갔고 주키치는 포구했지만 1루에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당황한 나머지 이승엽이 1루를 밟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 한일 통산 500홈런 등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거포로서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한 그가 어찌 번트를 댄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이승엽이 준비한 각본이었다. 이승엽은 "처음부터 번트를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주자가 나가면 기습번트를 대려고 생각했었다"며 치밀한 계획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승엽의 기습 번트는 그야말로 희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조차 "언제 마지막으로 번트를 댔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할 정도다.
삼성은 이승엽의 기습 번트가 성공한 뒤 박석민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1사 후 진갑용의 좌중간 적시 2루타로 3-1 역전에 성공, '번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승엽이 번트를 대고 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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