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기덕 감독, 생각과는 다르다. '강심장 보면 알 것"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올해 초 '원더풀 라디오' 홍보 인터뷰에서 이정진(34)을 만났을 때만해도 그가 김기덕의 작품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정진 본인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였다고 한다.
'피에타'는 그만큼 이정진의 그간의 행보와는 상반됐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영화이지만 이 영화로 이정진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행복이다.
3일 베니스로 출국하기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정진을 만났다.
- 베니스 행 소감을 들려달라.
- 김기덕 감독과 배우 이정진이라니, 지난 번에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만나리란 생각은 못했다.
나도 못 했다(웃음). 캐스팅이나 촬영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촬영 2주 전에 대본을 받았으니. 대본 읽고는 3일 뒤에 감독님을 만났다. 촬영 전까지는 11일이 남은 상황이었다. '감독님, 대본을 봤는데 촬영은 언제부터인가요?'하니 '열흘 정도 남았습니다' 하셨다. '네? 시간을 더 주세요' 하니 '그냥 하세요. 할 수 있어요' 하시더라(웃음). 그러나 무엇보다 '피에타' 시나리오가 다른 배우들을 거쳐서 온 것이 아닌 내게 제일 먼저 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아마 영화 내용은 다른 배우들도 모를 것이다.
- 김기덕 감독과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것인데, 첫 인상은 어땠나?
김기덕 감독님 하면 작품으로 떠올리게 된다. 실제 만나보지 못 했기에 작품의 확실한 스타일과 비슷하게 기이한 생각들을 많이 하시거나 어두울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평범한 분이시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5분만 이야기하면 누구든 내가 갖고 있는 김기덕과 다르네 할 것이다. 아마 '두드림'이나 '강심장'을 보게 되면 '저런 사람이 저런 영화를 만든다고?'하시게 될 것이다.
-김기덕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됐다. 기분은?
아직 모르겠다. 영화가 개봉되고 베니스 갔다오면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다.
-'피에타' 시나리오에는 기존 김기덕 감독의 작품처럼 다소 거부감이 드는 부분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불편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나에 대한 의문을 품었을 뿐이다.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니. 빠른 시간 안에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해냈던 촬영이다. 영화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베니스까지 간 영화를 내가 만족하지 못한다고는 말 할 수 없다.
- 강도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 인물을 이해하기 힘들지는 않았나?
에너지를 많이 써야한다는 것. 액션과 같은 신체적 에너지의 개념이 아니라 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많이 써야하는 그런 영화였다. 만약 강도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 못 찍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감독님과 강도를 놓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악덕한 사건을 저질렀을 때 그가 나쁜 인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래서 저랬겠구나'하고 생각은 들지 않나. 다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지. 또 사람이 다 똑같을 수 없으니까. 요약하자면, 쉬운 것도 하나도 없고 힘들었던 것도 하나도 없었다.
모르겠다. 확실한 건 좀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점. 후회없이 즐기고 싶다.
이날 인터뷰 중 이정진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모르겠다' 였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도, 김기덕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된 기분에 대한 질문에도, 앞으로의 행보, '피에타' 출연이 그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그가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여전히 이정진을 잘 모른다. '피에타'의 개봉 이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정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이유도 그를 잘 모르기 때문 아닐까.
'피에타'는 6일 국내개봉된다.
[이정진. 사진=기자]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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