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교야구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정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세계청소년대회를 5위로 마쳤다. 홈에서 열린 세계대회서 우승을 노렸으나 참패했다. 이 감독은 작심하고 고교야구의 수준 하락을 지적했다. 이 감독의 쓴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있다. 고교야구의 젖줄인 프로야구에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하향 평준화, 자취를 감춘 특급 신인들에 대한 해결책도 결국 아마야구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8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뽑힌 친구들이 결국 프로에서 뛰어야 한다. 내가 스카우트가 아니라 직접 선수들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잘한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높은 프로의 벽, 허물 수도 없는 일
류 감독은 “올해 순수 신인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팀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KIA 박지훈이 불펜 주축으로 자리매김했으나 확실한 카드라고 할 수는 없다. 넥센 서건창은 LG에서 방출된 뒤 신고선수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정식계약을 맺은 중고신인이다. 결국 2006년 한화 류현진, 2009년 KIA 안치홍 이후 곧바로 주전으로 올라선 순수 신인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받은 대부분 선수도 결국 그저 그런 2군 선수가 됐다. 특급신인이 안 보인다.
류 감독은 “특급 신인이 아니면 1군에 자리잡기가 어렵다”라면서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만큼 프로 선수 층이 두껍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인들의 실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신인들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철저하게 실력을 쌓는 것뿐이다. 두꺼워진 프로야구 1군 선수들 사이에서도 하향 평준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1군 선수층을 신인들의 1군 진입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류 감독은 “매년 한 팀에 신인 3~5명이 1군에서 즉시 전력감이 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선배들이 주전경쟁 기득권을 포기할 이유도 없거니와, 신인들이 프로를 적응하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 고교야구, 알루미늄배트 쓸 수 없나
일전에 롯데 양승호 감독이 “고등학교 선수들은 알루미늄배트를 썼으면 좋겠다”라고 한 적이 있다. 류 감독도 동의했다. “알루미늄배트와 나무배트는 분명히 장, 단점이 있다. 사실 기본기를 갈고 닦는 건 어느 배트로 하든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나무 배트는 그만큼 더 정확하게 맞혀야 장타가 나온다”라고 했다. 고교야구의 장타 감소에 따른 장타자 성장 둔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대한야구협회가 2004년 고교야구에 알루미늄배트 대신 나무배트를 도입한 건 이유가 있다. 실제 알루미늄배트는 타고투저를 부채질해 과거 유망주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나무배트 체제에서 나타나는 현상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일본 고교야구는 왜 알루미늄배트를 쓸까”라고 말했다. 장, 단점이 있음에도 우리보다 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일본 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배트를 쓰는 건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고교야구에선 알루미늄배트를 써야 한다. 대형 신인이라는 건, 고등학교 성적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데, 홈런 1~2개도 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형 신인이 나오겠나”라고 했다. 이는 곧 신인들의 자신감 문제와도 직결된다. 고등학교 무대에서 프로 예비 대형 신인이 탄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기 함양, 주말리그에서 비롯된 선수관리의 허점 등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한국 고교야구의 허와 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정훈 감독이 내린 결론은 고교야구 수준 하락이고, 이는 결국 현재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특급신인 부재, 하향평준화 논란 등과 맥이 닿는다. 그런 가운데 프로 지도자들 사이에선 대안 중 하나로 조심스럽게 고교대회 알루미늄배트 재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프로야구 특급신인의 실종, 고교야구계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듯싶다.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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