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이 올해 4개라는 건 문제가 있죠.”
롯데 손아섭은 숨은 타격 강자다. 지난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올 시즌엔 타율 0.307로 3년 연속 타율 3할을 유지하고 있고, 25일 현재 146안타로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천하의 삼성 이승엽과 한화 김태균을 1개 따돌린 상황이다. 롯데의 잔여 경기 수가 7경기라 타이틀 수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손아섭은 오히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 스윙 궤도가 V에서 U로 바뀌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커리어 최다안타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 발가락 봉와직염에 걸려 옳게 훈련을 치르지 못했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24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스윙궤도를 V에서 U로 바꿨다”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공략할 수 있는 타격 포인트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V는 결국 점으로 수렴하지만, U는 그렇지 않다.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원래 배드볼 히터인데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코스의 공을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손아섭은 잠시라도 방망이를 놓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지금도 “시즌 막판에 들어와서야 타격감이 좀 좋아졌다. 그동안 안타를 많이 쳤지만 감각은 썩 좋지 않았다”라고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라는 게 있다. 안타를 치면서도 딱 이거다라는 감각이 안 왔다”는 그는 시즌 막판 들어서 길이 보인다고 했다. 스윙궤도는 연습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투수와의 수 싸움 능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 최다안타 목표 함구한 이유는
손아섭은 “이제서야 풀타임을 뛰는 법을 알 것 같다”라고 했다. 2008년부터 주전으로 자리한 그는 2009년 주전 자리를 빼앗긴 경험이 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10년부터 올 시즌까지 주전으로 꾸준히 뛰면서 시즌을 치르는 방법을 터득했다. “언제 쉬어야 하고 언제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처음엔 힘들어도 그저 훈련만 했는데 손해라는 걸 깨달았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훈련만큼 중요하다”라고 했다.
사실 손아섭은 시즌 전부터 최다안타 타이틀을 노렸다. 그는 “언론에 말해버리면 그게 더 부담이 될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노출이 됐다. 정말 부담스러웠다”라고 웃은 뒤 “내가 주전으로 몇 년 뛰어보지도 않았는데 타이틀을 노린다는 말을 하는 건 건방지게 보일 것 같아서 미리 말하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지금도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솔직히 하나도 안 힘들다. 지금은 안타 1개보다 1경기라도 더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팀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실행에 옮기고 싶다”라고 했다.
▲ 근본적인 목표는 장타 생산
손아섭이 최다안타를 현 시점에서도 운운하지 않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올 시즌의 목표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지향해야 할 길은 아니라고 봤다.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준비가 부실해서 팀을 위해 안타를 치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타자는 장타를 많이 쳐야 위협적이다. 장타가 나오지 않는 타자는 투수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15홈런을 쳤으나 올해 4홈런이다. “지난해 15홈런을 친 건 분명 내가 15홈런 이상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인데 올해 안 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후엔 좀 더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왜 장타가 안 나왔는지 원인을 분석해서 장타가 나오는 스윙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장타 생산을 위해선 상황에 따라 스윙폼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지금은 시즌 마무리와 포스트시즌이 중요하다. 지금의 좋은 감각을 포스트시즌으로 이어가야 한다”라는 손아섭, 최다안타 타이틀에 관계없이 또 한번 변신을 예고한 그의 2013년이 벌써 기다려진다.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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