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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이 명품드라마란 갈채 속에 종영했다. 극본, 연출, 연기가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루며 '골든타임'은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외상외과를 배경으로 한 '골든타임'은 기존 의학드라마와 달리 국내 의료계의 현실을 들추는 고발형 드라마였다. 기존 드라마들은 다양한 배경과 소재를 도입했지만 결국에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란 조롱을 들었다. 이에 비해 '골든타임'은 멜로를 최소화하고 병원이란 공간의 특수성에 집중했다. 턱없이 부족한 외상센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의사, 환자의 생명이 아닌 절차에 사로잡힌 병원 시스템 등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이 알지 못했던 불편한 현실을 고발했다.
권석장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연출력도 '골든타임'의 매력이었다. 응급환자가 병원에 실려와 수술실로 이송되는 과정을 한 카메라로 담는 롱테이크 기법은 긴박한 분위기를 극대화 했다. 또 수술 장면에서 환자의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내거나 하는 시각적인 요소보다 수술도구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 수술 중 피가 뿜어나오는 소리 등 청각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시청자들이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긴장감을 일으켰다. 밴드 에브리싱글데이를 필두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경음악도 절묘했다.
'미친 연기력'이란 평을 들은 배우 이성민과 나약한 주인공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한 배우 이선균은 '골든타임' 인기의 일등공신이었다. 정규수, 이기영, 김형일, 엄효섭, 송선미, 김기방, 지일주, 김사권 등의 배우들의 연기력도 캐릭터의 개성을 한껏 살려내 시청자들을 '골든타임'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물론 '골든타임'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생방송 드라마'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제작 환경이 대다수인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편성, 투자, 시청률 등 복잡한 이해가 얽혀있는 바람에 완성도를 위한 사전제작드라마는커녕 2, 3주 분량만 겨우 확보한 다음에 방송에 들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미리 확보한 분량은 디테일한 편집을 보여줄 수 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골든타임'도 후반부로 돌입할수록 갈등의 해결이나 인물들간의 관계가 어떤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동에 의해 전개되기보다 한 장소에서 여러 인물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전개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초반부의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시청자들이 인물간의 대화에 집중해야 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보니 중간에 투입된 시청자들은 극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회자되는 빈도에 비해 시청률이 15% 언저리에서 머물렀던 게 그 증거였다.
혹자는 사전제작드라마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반(半)사전제작드라마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이 또한 장벽이 많겠지만, 여러 이해 관계를 미루더라도 드라마의 소비자인 시청자들을 생각했을 때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골든타임' 속 의사들처럼 이해 관계에 사로잡히다 보면 정작 중요한 환자들의 생명을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다.
촬영 일정이 지금보다 한결 여유로웠다면 시청자들은 더 완성도 높은 '골든타임'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마침 '골든타임' 시즌2가 적극 논의 중이다. 실현된다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확보된 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우선 순위에 두고 진행될 필요가 있다. 최인혁 같은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MBC '골든타임' 포스터(위)-배우 이선균과 이성민. 사진 = MBC 제공-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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