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부모님께 좋은 재능을 물려받았어.”
KIA 선동열 감독이 바라보는 2012년 김진우는 어떨까. 선 감독은 2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요즘 던지는 것만 보면 에이스다”라고 칭찬했다. 말 그대로 김진우는 삼성 타자들을 9이닝 동안 6피안타 5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9승을 2005년 9월 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2569일만에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선 감독은 “요즘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라고 했다. 이제 김진우에 대한 믿음이 어느정도 생긴 듯하다.
▲ 7억을 받은 황금팔의 사나이, 대박의 꿈을 걷어차다
김진우는 2002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KIA에 입단했다. 당시 KIA가 1차 지명으로 그를 영입하면서 계약금을 7억이나 안겨줬다. 비록 이후 한기주(10억)에 의해 깨졌지만, 당시 신인 최다 계약금이었을 정도로 KIA는 김진우를 차세대 에이스로 여겼다. 실제 190cm, 120kg의 우람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직구와 파워 커브는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데뷔 첫해 12승 11패를 거두며 제 몫을 해냈다. 특히 188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닝이터, 에이스의 포스를 뿜어냈다.
KIA는 비록 그해 포스트시즌서 LG 돌풍에 밀려 시즌을 접었지만, 김진우의 가능성 확인만으로도 쾌재를 불렀다. 최소 10년 이상 KIA 마운드를 책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3년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수 차례 문제를 일으켰고, 팀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다. 2006년 10승을 따냈으나 2007년 단 1승만을 거두고 7월 31일 임의탈퇴 철퇴를 맞았다. KIA가 더 이상 그를 안고 가기엔 김진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너무 자주 넘어갔다.
당시 삼성 사령탑이었던 선 감독은 “그 당시의 얘기만 들었다. 본인이 좀 더 야구에 집중하고 노력을 했다면 지금쯤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선 감독이 말하는 대박은 FA다. 2002년 입단한 김진우가 문제없이 뛰었다면 2010년 이후 FA 자격을 얻을 수도 있었다. 돈이 곧 그 선수의 능력인 프로 세계에서, 김진우는 자신의 가치를 더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재능은 타고 났으나 노력 부족이 부른 아픔이었다. 김진우는 2010년 FA는 커녕 임의탈퇴 조치도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 2011년에 KIA로 복귀했다.
▲ 그래도 재능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았다
김진우는 2011년 10경기에 나서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복귀 원년은 올해다. 체중을 빼고 투수에게 필요한 근력을 되찾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올 시즌 출발도 깔끔하진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통증으로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조기에 귀국했다. 크게 보면 이 역시 야구선수의 몸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재미있는 건 오랜만에 복귀해 제대로 된 동계훈련을 치르지도 못했는데도 올 시즌 성적이 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이다. 퀄리티 스타트도 10회고 날이 갈수록 이닝 소화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반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79에 그쳤으나 후반기 9경기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46에 불과하다. 점점 예전의 위력이 나오고 있다. 구속도 살아올랐고, 구속이 느린 커브, 타이밍을 빼앗는 투심과의 조합도 일품이다.
선 감독은 “진우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이 타고났다”고 했다. 이어 “투수는 몸이 부드러워야 한다. 몸이 뻣뻣하면 부상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진우는 선천적으로 몸이 부드럽다. 유연성도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보통 이상이다”라고 했다. 이제껏 타고난 재능으로 야구를 해왔고, 올 시즌도 제대로 된 훈련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건 선천적인 능력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유연성, 엄청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4~5년 쉬었다고 사라진 게 아니었다.
실제 엄청난 자기 관리 능력에 연습 벌레인 선수들도 1군에서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어떻게 보면 타고난 신체와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야구는 복잡미묘하며,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하는 스포츠다. 타고난 재능을 무시할 수 없다. 김진우는 그런 점에서 행운아다. 좋은 투수가 될 하드웨어가 있으니 말이다.
▲ 열외 없는 마무리훈련, 더 나은 2013년을 위해
선 감독은 김진우가 팀에 돌아온 뒤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누구보다 훈련에도 열심히 참가하며, 야구를 다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재능만 있던 특급 유망주가 이제는 노력까지 겸비한 완성형 선수가 되고 있다는 증언이다. 선 감독은 “지금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나오는데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일단 마무리 훈련은 누구에게나 열외 없다. 진우도 데려간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 감독은 마무리훈련과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진우를 다시 한번 평가할 계획이다. “구위도 살아났고 제구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타자들이 김진우를 좀 더 세밀하게 해부할 경우 내년 시즌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2012년의 김진우는 과거 명성, 좋지 않은 일들을 모두 잊고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선 감독은 김진우가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2013년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김진우는 25일 대구에서 아쉽게 완봉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구 팬들도 김진우의 괴력투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 9월의 에이스모드, 대다수 팬도 향후 김진우의 재능과 노력의 최대치가 어디까지 마운드에서 표출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김진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