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점쟁이들'(감독 신정원)은 기운충만 코믹호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다.
설정만 놓고 보면 여느 호러영화 못지않다. 수십년간 되풀이 되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 점쟁이들이 한데 모이고, 이들이 울진리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저주를 풀어나간다는 스토리는 여느 공포영화의 기본 설정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점쟁이들'은 영화 곳곳에 호러 요소가 숨어 있다. 영화 초반 울진리에 들어서자마자 집단으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점쟁이들, 주 무대가 되는 울진리에서 강예원을 처음 본 양경모가 "고생고생하다 여기까지 굴러왔어. 지가 죽을 자린지도 모르고"라고 말하는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두려운 사건들을 예감케 한다. 여기에 귀신 보는 점쟁이인 곽도원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설정들은 '점쟁이들'이 파 놓은 함정이나 다름없다. 소름끼치는 호러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기 때문. '점쟁이들'은 호러를 코믹으로 풀어내는 탓에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오히려 깨알 웃음을 터뜨리는 영화로 탄생됐다.
여기엔 김수로의 코믹 연기가 한 몫을 했다. 영화 초반 악귀에 쓰인 여자에게 행하는 퇴마의식부터 영화 말미 자지러지며 죽은 척 하는 모습까지, 코믹의 제왕이라 불리는 김수로의 애드리브가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또 멜로도 문제없다는 듯 순정마초로 완벽히 변신한 곽도원, 푼수 같지만 귀여운 기자 역을 소화해내며 사랑스런 매력을 발산한 강예원, 도끼병에 걸린 허당 퇴마사로 분한 이제훈,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닭 한 마리를 게걸스럽게 해치우는 김윤혜, 애늙은이 점쟁이 역할을 완벽히 연기해 낸 아역배우 양경모 등 통통 튀는 등장인물들이 관객을 폭소케 한다. 이번 영화의 히든카드인 악령도 뇌리에 남을 만하다.
'시실리 2km'와 '차우'를 통해 허를 찌르는 유머를 선사했던 신정원 감독 특유의 코믹 화법은 이번 영화에서도 웃음보를 자극한다. 신정원 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대중과 더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지킨 '점쟁이들'에게 만족할 수 있을 듯 보인다.
간혹 오버 페이스 탓에 '엇?'하게 되는 순간도 있기는 하지만 김수로, 이제훈, 곽도원, 강예원 등에게 호감이 있고, 신정원 감독의 영화를 보며 미소지었던 관객이라면 러닝타임 119분을 즐기고 나올 만하다. 15세이상관람가. 개천절인 3일 개봉.
[영화 '점쟁이들' 스틸컷.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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