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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히로시, 역경의 배우 도전기
요즘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 배우를 꼽으라면, 189cm의 장신 배우 아베 히로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가 주연한 영화가 올해 3편이나 개봉했고, 18일에는 아베 히로시 주연의 새 드라마 '고잉마이홈'이 13%라는 좋은 시청률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올 5월에 발표된 '닛케이 엔터테이먼트! 탤런트 파워 랭킹' 남자 부분에서는, 2년 연속 1위에 올랐던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 멤버 사쿠라이 쇼(30)를 누르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가히 최고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그도 한때는 배우로서의 일이 없어 사행성 오락인 파칭코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 연예 주간지 '여성세븐'에 의하면, 최근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베 히로시가 파칭코에서 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 기간은 무려 3년이었다.
원래 아베 히로시는 모델이었다. 일본 주오대학 재학시절, 한국에도 유명한 패션잡지 '논노'가 주최한 모델 대회에서 대상으로 입상한 것을 계기로 모델계에 뛰어들게 된다.
지금은 편안하면서 약간 모자란듯한 허당(?) 아저씨 이미지로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높지만, 모델 시절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서구적인 마스크와 트레이드 마크였던 큰 장신, 깊은 쌍꺼풀에서 뿜어져 나오던 날카로운 안광 등 카리스마 모델로 명성을 날렸다. 1986년에 창간한 'MEN’S NON-NO'의 표지 모델을 43회 연속으로 장식한 일은 유명하다.
아베 자신도 당시를 "(모든 사람이 나를) 왕자님처럼 대우했다"고 말할 정도이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많을 때는 1달에 4,000여 통의 팬레터가 왔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아베는 배우에 도전한다. 그러나 1987년 영화 '하이카라 씨가 간다(はいからさんが通る)'로 배우 데뷔에는 성공하지만, 아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모델 출신에 대한 편견'이었다. 아베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모델에서 배우가 되는 예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모델이라는 타이틀밖에 없던 내게 온 역할들은 한정돼 있었고 역할 선택의 폭도 대단히 좁았다"
모델 시절에 무기였던 189cm라는 신장도 콤플렉스로 느낄 정도로, 상대 여자 배우와의 신장차 때문에 다리를 구부려가며 연기하는 것이 큰 곤욕이었다고 한다.
잠시 반짝했지만, 그가 말한 대로 모델이라는 이미지 탈피에 실패하게 되면서 일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3년 정도를 파칭코 가게를 드나들며 슬롯머신으로 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암울한 시절을 겪었다. 참고로 일본은 사행성 오락인 파칭코가 합법화되어있다. 파칭코 가게가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어, '국민 오락'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렇게 빠칭코에 빠져 살던 아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 시절 유명인들의 현재 모습'이라는 포맷으로 구성된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아베에게 다시 한번 배우의 길로 돌아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그후 1993년, 일본 최고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명성이 높던 츠카 고헤이(본명 김봉웅, 2010년 타계)의 무대에서 양성애자를 멋지게 연기한 것을 계기로 그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쌍꺼풀 짙은, 장신 배우라는 이미지에서 실력파 배우로 탈바꿈하는 발판이 됐다.
이후 한국에서도 유명한 '트릭', '히어로', '전업주부', '결혼 못하는 남자' 등 화제의 일본 드라마에 속속 출연하게 됐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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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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