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국 결혼비용 2억, 일본은 7천만 원, 차이 발생하는 이유?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결혼비용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평균 결혼 비용은 평균 2억 808만 원이라고 한다. 그 중 결혼식 비용은 1722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2억 808만 원. 한달에 200만 원을 매달 저축해도 8년 이상은 모아야 하는 큰 돈이다. 사회에 갓 진입한 젊은 직장인들로서는 정말이지 암담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 일본의 평균 결혼 비용은 6천여 만원(444만 엔)
일본의 결혼 전문 잡지 '젝시'가 운영하는 조사 연구기관인 '리쿠르트 결혼 총연구소'가 발표한 '결혼 트렌드 조사 2012'에 따르면, 2012년 결혼 전국 평균 비용은 444만 엔, 우리돈으로 약 6천여 만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가구 및 이사 비용 평균 100만 엔을 덧붙이면, 총 550여 만 엔, 우리돈으로 7천 5백여 만 원 가량이다. 한국의 불과 약 30%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극명한 차이를 낳는 것은 역시 '집' 때문이다. 은행 이자가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전세제도가 없고, 거의 대부분 월세로 산다. 신혼 가정이 집을 사는 경우는, 상당한 재력가 집안이 아닌 이상에야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비용과 인테리어, 가구 비용의 전국 평균이 불과 천 오백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결혼 비용 2억 가운데 주거지를 위한 비용이 평균 1억 4219만 원에 달한다. 월세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분위기로, 되도록 전세, 혹은 집을 구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 전부터 집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서 일본의 결혼비용과 큰 차이가 벌어진다. 한국보다는, 일본 젊은이들이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보다 적고, 부모님에게 덜 의지하게 된다.
물론, 500만 엔(7천만 원)도 큰 돈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일부 금액을 부모에게 보조받는 경우가 많다. 2012년도 조사에 따르면, 약 70%가 부모에게 일부 결혼 비용을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결혼식 부조금을 통해 약 100~200여만 엔이 들어오기 때문에, 양측 부모가 일부만 보조해주고, 남녀가 각각 1백만 엔(우리돈 천오백만 원) 가량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결혼에 나설 수 있다.
한국보다 해외 유학이 드물고, 남성이 군대를 가지 않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남녀 불문하고 보통 만 22, 23세에 졸업해 바로 취업하게 된다. 이 때부터 약 1~3년만 꾸준히 저축하면, 만 25세 전후에 현실적인 결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만 20대 초중반의 신랑, 신부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부모의 재력이 없는 한 금전문제 등 현실적인 벽에 의해 이 나이대의 부부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 행복해야할 결혼, 한국에서는 '부담' 그 자체
결혼 준비 자금 2억 원은, 도저히 젊은 직장인 커플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빚을 내거나 부모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결혼하는 젊은이들치고 결혼 자금을 부모에게 지원받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는 학비 뒷바라지에 이어 막대한 결혼 자금까지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아들 가진 부모들은 더욱 부담이 크다. 그렇지 않은 집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가정이 '남성이 집을, 여성이 혼수 및 현금을'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아들을 위해 노후 대비를 포기하는 부모를 주변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축복받고 기뻐해야 할 '결혼'이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조사에 따르면, 결혼 과정에서의 의견 충돌로 이별을 생각한 커플이 85%에 달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혼 자금 확보를 위해 만혼이 늘고, 미혼율은 늘어나며 출산율은 떨어진다. 자식들의 결혼 자금 지원을 위해 부모들은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 못 한다. 모두 과다한 결혼 관련 지출이 영향을 주는 사회적 문제들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경차도, 월세 신혼집도 모두 경시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볼 때, 경제력이 아직 부족한 커플이 적은 돈, 작은 집에서 월세로 살아간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신혼부터 큰 집, 큰 자동차를 가지고 산다는 게 비정상이다. 집과 자동차가 그 사람의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한국의 과잉된 결혼 문화. 돈이 모든 걸 말해주는 한국의 분위기를 투영하고 있는 듯해 씁쓸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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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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