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2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투수진의 키 플레이어로 올해 1군에 데뷔한 심창민(20)을 지목했다.
유창식(한화), 임찬규(LG) 등과 함께 프로에 입문했으나 1군에는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낸 심창민은 혜성처럼 등장하며 강했던 삼성 불펜을 더욱 난공불락으로 만들었다. 37경기에서 39⅓이닝을 던진 심창민의 평균자책점은 1.83으로 리그 최고의 셋업맨 수준이다.
40이닝을 채 던지지 않고 볼넷 17개로 때때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위력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탈삼진은 41개나 잡아냈다. 시즌 최종전인 지난 6일 KIA전에서는 9회에 등판해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류 감독은 이런 심창민을 브라이언 고든, 차우찬과 함께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이다. 1~2차전 선발인 윤성환, 장원삼에 이어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원조 에이스' 배영수가 나머지 선발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 권혁, 안지만, 오승환 등이 경기 후반부를 책임지는 가운데 심창민은 승부처가 될 수 있는 4~7회에 자주 나설 전망이다.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갑작스레 중책을 맡게 된 심창민은 "하던대로 하면 된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변화를 주는 것은 캠프에서 하는 것이고, 시즌 중에는 하던 것을 바꾸면 안 된다. 있는 것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할 뿐이다"라고 담담한 자세를 보였다.
심창민은 류 감독의 기대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니 잘 해야할 것 같다. 기회가 온다면 기회를 잡겠다. 선수는 믿음에 대한 부담감을 항상 안고 뛰어야 한다. 야구를 즐겨야 한다"며 마치 베테랑같은 의젓한 태도를 취했다. 2010년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경남고를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다운 모습이었다.
고교야구 에이스 출신인 심창민은 기본적으로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가진 선수다. 개인적인 목표에 대한 물음에도 "일단 우승부터 해야한다. 무조건 우승이 먼저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심창민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심창민의 역할은 SK의 장타를 차단하는 일이다. SK는 올해 정규시즌 108홈런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렸다. "정근우, 최정 선수를 주의하고 있다"는 심창민은 "큰 것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우와 최정이 모두 우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이 마운드에 오를 상황과 막아야 할 타자를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성의 마운드는 어느 팀보다도 막강하지만, 심창민의 부담감은 결코 작지 않다. 권오준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심창민은 팀 내 유일한 사이드암이 됐다. 삼성은 심창민을 통해 불펜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심창민으로서는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생겨버린 셈이다.
하지만 심창민은 긴장보다 즐기려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기 전이 문제지 마운드에 올라가면 괜찮다"고 말한 뒤 "타자를 죽여야 내가 산다. 타자를 살려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심창민은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그대로 표현했다.
[심창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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