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은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삼성. 지난해와 올해 다른 점이 있다면 단연 이승엽의 존재감이다. 삼성은 올 시즌 이승엽의 존재가 든든하기만 하다. 정규시즌서도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삼성은 이승엽이 과거 큰 경기서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쳐주며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살려냈던 스타기질을 한국시리즈서도 발휘해주길 바란다.
이승엽은 1차전부터 제 몫을 했다. 24일 SK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윤희상의 포크볼이 높게 구사되자 감각적으로 밀어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작렬했다. 이승엽의 한방은 결국 삼성의 기선제압용 한 방이 됐다. 이승엽은 “맞는 순간 홈런이 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후 이승엽은 고의사구, 사구, 삼진으로 1차전을 마쳤다.
첫 타석에서 홈런이 나오자 윤희상은 이후 이승엽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의사구와 사구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후속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찬스가 연결됐다. 비록 중심타선 침묵으로 시너지효과를 내진 못했다. 그래도 삼성과 SK 모두에 이승엽이 주는 아우라가 새삼 대단하다는 게 증명됐다.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이승엽은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홈런을 쳐냈지만,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더 많은 걸 보여줄 각오다. 23일 팀 훈련이 끝난 이후, 24일 1차전 이후에도 “우승을 하고 싶다. 수비, 출루, 번트 등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10년전보다 분명 힘이 떨어졌고,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홈런을 쳤음에도 여전히 홈런보단 수비와 번트, 출루를 얘기한다. 심지어 “마음 같아선 다이빙캐치도 하고 싶다”라고 했다. 의례적으로 하는 코멘트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일본에서 보낸 8년간 할 만큼 다했지만, 용병이라는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해진 ‘팀’이다. 삼성으로 돌아온 게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 이어 다시 한번 극적인 홈런을 치기 위한 게 아니라 후배들과 살을 비비면서 우승을 만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최고참이다.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자신을 낮추고 후배들을 치켜세운다. “박석민은 천재입니다. 알아서 잘 할 겁니다”라는 격려나, 1차전 이후 기자회견실에서 “(윤)성환이가 3점만 내달라고 했다. 성환아 맞제?”라며 씩 웃는 모습에서 팀이 만들어진다.
이승엽은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 전성기가 지난 그에게 홈런은 더 이상 그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그가 다이빙캐치를 하거나, 번트, 도루를 하는 모습을 봐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게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이승엽 스스로도 언제든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홈런이 이승엽의 전부가 아니다. 홈런만을 말하지 않는 이승엽, 괜히 슈퍼스타라 불리는 게 아니다.
[홈런을 친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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